돈 너무 풀렸나…한국 GDP 대비 통화량, 미국의 2배

파이낸셜뉴스       2026.01.14 09:03   수정 : 2026.01.14 09:03기사원문
한은 "통화량 과도하지 않고, 통화량만으로 환율 오른 것 아냐"



[파이낸셜뉴스]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광의 통화량(M2) 비율이 미국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물경제 규모에 비해 시중에 풀린 통화량이 많다는 해석이 가능해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는 모습이다.

14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M2 비율은 153.8%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M2에서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을 제외한 한은의 새로운 기준을 적용한 수치다. 종전 기준으로는 167.5%에 달한다.

한국의 GDP 대비 M2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3분기 100.1%로 처음 100%를 넘긴 이후 꾸준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2009년 3분기 110%, 2015년 3분기 120%, 2019년 3분기 130%를 차례로 돌파했고,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2021년 2분기에는 150%를 넘어섰다. 이후 2023년 1분기 157.8%로 정점을 찍은 뒤 다소 낮아졌다가 지난해 다시 반등했다.

미국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미국의 지난해 3분기 GDP 대비 M2 비율은 71.4%로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코로나19 직전 60%대였던 미국의 비율은 2020년 2분기 90.9%까지 급등했으나, 2022년 말 이후 다시 80% 아래로 내려왔다.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수치는 높은 편이다. 유로 지역의 지난해 3분기 GDP 대비 M3 비율은 108.5%였고, 영국(M4 기준)은 105.8%로 집계됐다.

반면 초저금리 정책을 장기간 유지해온 일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43.3%(M3)로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통화 증가 속도 역시 한국이 상대적으로 빠르다. 지난해 10월 기준 한국의 M2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2%로 미국(4.6%), 유로 지역(3.1%), 영국(3.6%), 일본(1.1%)보다 높았다. 종전 기준을 적용하면 한국의 증가율은 8.7%에 이른다.

이같은 수치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과 한국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통화량을 과도하게 늘려 원화 약세와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에 원화가 너무 흔해져서 가치가 하락했다는 논리다.

다만 한국은행은 통화량 급증이 환율이나 자산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은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서학개미를 중심으로 한 내국인의 해외주식 투자 확대에 따른 외환 수급 불균형을 꼽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경제 상황에 비춰 통화량으로 측정되는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렸다고 보기 어렵다"며 "환율이나 집값이 유동성만으로 올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은행 중심 금융 시스템인 반면, 미국은 자본시장이 발달한 구조적 차이로 GDP 대비 M2 비율에 격차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요구대로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해 통화량과 유동성을 크게 줄일 경우 오히려 한미 성장률 격차가 확대되면서 환율이 더 오를 수도 있다는 게 한은 안팎의 인식으로 전해졌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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