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위반 잡는 경찰도 중요하지만 본질은 사고 예방"

파이낸셜뉴스       2026.01.14 18:22   수정 : 2026.01.14 18:22기사원문
이상범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장
경찰 생활 36년 중 교통 업무 28년
입직 초 단속 목적이 처벌이었다면
지금은 시민친화적 교통환경 조성
킥보드 사고 증가… 안전교육 필요

"사고가 난 뒤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시민이 집을 나서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겁니다."

14일 이상범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장(사진)은 "교통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사고를 막는 예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36년 경찰 경력 중 28년을 교통 분야에서 보낸 이 계장은 서울경찰청 교통순찰대와 분당경찰서, 수서경찰서 등 일선 경찰서 교통조사계·교통관리계 등을 두루 거쳤다.

대통령 취임·퇴임식과 교황 방문, G20 정상회의 등 국가 주요 행사 경호 역시 그의 이력이다.

이 계장의 하루는 오전 6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출근길 교통 현장을 점검한 뒤 전날 발생한 사고와 민원 현황을 살핀다. 이후 주요 교차로와 상습 정체 구간을 중심으로 단속·관리 계획을 수립해 현장 직원들과 공유한다. 직접 단속 현장을 찾아 교통 흐름을 확인하는 날도 적지 않다.

이 계장은 "처음 교통 업무를 맡았던 시절 단속이 법 위반을 적발하고 처벌하는 '규제 중심'이었다면 지금의 좋은 단속은 교통 흐름을 개선하고 사고 위험을 낮추는 것"이라며 "실제 정체가 줄어들거나 사고가 감소한다면 그게 바로 성과"라고 강조했다.

강남은 유동 인구와 통행 차량이 많아 서울에서도 교통 위반과 음주운전 다발 지역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강남서는 서울청의 역점사업인 '서울교통 Re디자인(리디자인)'에 더욱 적극적이다. 이 계장은 리디자인을 "단순한 단속을 넘어 교통 환경 자체를 시민 친화적으로 설계하고 개선하는 종합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리디자인은 크게 '교통환경(시설)'과 '교통문화(단속)'으로 나뉜다. 시민 의견을 반영해 정체 구간의 신호 체계를 조정하고, 보행자 안전이 취약한 횡단보도와 통학로를 개선하는 것이 교통환경이라면, 음주운전·중앙선 침범·꼬리물기·불법 주정차·이륜차 난폭운전 등 시민 체감도 높은 위반을 중심으로 '속 시원한 단속'을 실행하는 것이 교통문화다.

△청담초 통학로 일방통행 전환과 보도 신설 △논현초 인근 안심 승하차존 설치 △강남대로 CGV 앞 연속 횡단보도 4개 신호체계 개선 △단속·홍보·교육 병행 △시민 제보의 정책 반영 등이 대표적인 강남서의 리디자인 업적이다.

이 계장이 가장 우려하는 분야는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이륜차와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관련 사고다. 그는 2022년 새벽 강남 포스코사거리 인근에서 헬멧 없이 킥보드 1대를 함께 타다 숨진 20대 청년 2명의 사고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 계장은 "킥보드를 타지 못하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PM 면허 의무화 및 교육 관련 법안 도입 등 제도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현재 강남서는 PM 주차구역을 약 300곳 조성했으며 강남역 먹자골목과 신사 가로수길 등에는 PM 통행금지구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계장이 은퇴 전 이루고 싶은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시민들이 "무단횡단은 하지 말아야겠다" "오늘도 무사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더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교통 단속은 더 정교해져야 하고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며 "'단속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약속'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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