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통로되는 외국인투자 심사 느슨하다

파이낸셜뉴스       2026.01.14 18:57   수정 : 2026.01.14 21:59기사원문
국내에 법인 세우고 기술 빼돌려
美日 등, 악의적 투자자 규제 강화

한국도 미국, 일본처럼 외국인투자(FDI) 안보심사 체계를 강화해 기술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14일 발표한 'FDI 안보심사 제도개선'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의 해외유출 산업기술은 110건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가 핵심기술이 33건(30%)에 이른다.

업종별로는 반도체가 38%로 가장 많다. 산업계 전체 피해 규모는 23조원을 넘었다. 지난해 12월 검찰이 재판에 넘긴 삼성전자 10나노 D램 공정기술 중국 유출 사건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수십조원 더 불어날 수 있다.

첨단기술 유출은 기업의 생존에 직격탄이 될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까지 위협하는 매국행위에 해당한다. 유출의 민형사상 책임은 끝까지 물어 단죄하는 것이 마땅하다. 처벌 대상도 첨단기술뿐 아니라 일반 산업 기술유출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더불어 기술유출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FDI 안보심사 강화는 이런 차원에서 적극 검토돼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제언이다. 기술유출 방지책을 촘촘하게 짜야 하는 정부가 다각도로 살펴볼 내용이라고 본다.

기술유출 통로는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과거엔 인력을 빼가는 방식으로 기술탈취가 이뤄졌으나 이제는 합작법인(JV)이나 소수 지분 투자, 해외 연구개발(R&D)센터 설립 등 투자구조의 허점을 활용하는 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령 중국 자동차 회사는 배터리사업 진출을 내세워 국내에 법인을 세운 뒤 이를 기술 빼가기 창구로 활용해 적발됐다. 비슷한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국내 1000대 기업 연구개발비는 FDI에 힘입어 연간 80조원이 넘는다. 해외의 대규모 투자로 전략기술이 개발되고 이 중 상당한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인데,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외국인 투자심사에서 경제안보를 중시하는 주요국의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투자심사현대화법(FIRRMA)을 만든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경우 핵심기술 등 민감정보와 관련된 기업의 소수 지분 확보, 군사·핵심 인프라 부근 부동산 취득까지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심사대상이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악의적 사이버 활동, 제3국 우회투자 가능성이 있는 투자자를 특정 외국인투자자로 분류해 별도 규제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CFIUS 모델을 참고로 유사한 기구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우리의 느슨한 외국인투자 심사제도를 돌아볼 시점이다. 심사대상 제외항목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 공장을 새로 짓는 '그린필드 투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경협 제언대로 데이터, 핵심 인프라, 공급망, 광물 등 국가 경제안보와 직결된 분야로 심사범위를 넓히고 심사 지분 요건 현실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FDI는 민간기업 활력의 마중물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순기능은 살리되 기술유출 악용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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