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1480원 환율, 우리 펀더멘털로 설명 안 돼”

파이낸셜뉴스       2026.01.15 15:32   수정 : 2026.01.15 15:32기사원문
달러 강세 및 엔화 약세, 베네수엘라 사태 등 영향
무엇보다 해외투자 확대 잦아들지 않고 있는 점이 커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공식화..의결문서 ‘인하’ 삭제
지난 11월 의결문엔 ‘인하 가능성은 열어두되’ 기재

[파이낸셜뉴스] 이번 기준금리 동결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두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보단 타국 통화가치 변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요인과 해외투자 확대 등 수급의 작용이 컸다고 진단했다.

“달러·엔 변동, 해외투자 지속이 원인”

이 총재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가진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 이후 환율이 다시 1470원선까지 올라간 것의 4분의 3 정도는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 또 베네수엘라 공습 등 지정학적 문제가 있었다”며 “나머지 4분의 1 정도는 우리만의 요인(수급)”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성장 여력 등 펀더멘털이나 금리 수준만으론 현 환율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경제학적으로 어떤 모델을 적용해도 1480원대 환율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로 설명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펀더멘털, 성장률, 이자율 등은 물론 영향을 미치지만 지금의 환율을 전면적으로 이끄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국인의 해외투자 등이 오히려 수급을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더욱이 이 총재는 우리나라 경제 전망이 어둡지도 않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자체적인 인공지능(AI) 산업 능력을 갖춘 나라는 미국과 중국을 빼면 한국 정도”라며 “한국경제가 비관적이라 환율이 올라간다는 것은 과도한 이야기”라고 잘랐다.

대미투자 연 200억달러가 환율 상승을 자극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외환시장에 불안을 줄 정도면 액수를 조정할 수 있고, 한은이 그 책임을 지고 있다”며 “시장이 어려울 때는 한은이 나서서 (투자금이) 못 나가게 할 가능성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조정 등 통화정책만으로 환율이나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총재는 “금리만 올리면 환율 문제가 해결된다는 의견은 수긍이 가지 않고 최근 1년만 봐도 한-미 금리 격차가 줄어들었음에도 절하가 생겼다”며 “한은 금리 정책은 환율이 아닌 환율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보고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환율로 금리를 잡으려면 200bp(1bp=0.01%p), 300bp 올려야 한다”며 “그에 따라 수만은 사람이 고통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금리 상승이 부동산 거래 활성화 제약 조건으로 작용하겠지만 이것만으로 경기가 완전히 잡힐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정부의 종합적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K자형 성장’에 따른 경제 주체 및 부문별 양극화 역시 구조조정과 재정정책이 집행돼야 완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사라진 ‘금리 인하’···사이클 끝났나

한은은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는 없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환율 상승 원인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서라도 섣불리 내렸다가 급등의 재료로 소비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1월말 해도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라는 표현을 넣어뒀으나 이번엔 ‘금리 인하’라는 문구 자체가 빠졌다. 연말 한 차례 인하가 있을 수 있겠으나, 시장의 ‘사이클 종료’ 평가가 사실상 공식화됐다.

소수의견도 없었다. 신성환 금융통화위원이 ‘동결’로 돌아서며 만장일치 결정이 내려졌다. 이와 함께 3개월 조건부 금리 전망(포워드 가이던스)에서도 금통위원 6명 중 1명만이 인하 의견을 냈다. 지난 금통위(3명) 때보다 2명이 줄었다.
나머지 5명은 동결 전망을 지지했다.

이 총재는 “현 경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고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금통위 방향 자체가 동결에 대폭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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