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3억 규모 담배소송' 항소심도 담배사 승소…"손해발생 인정 어려워"
파이낸셜뉴스
2026.01.15 15:02
수정 : 2026.01.15 15:04기사원문
1·2심 건보공단 패소…"보험급여 지출, 손해 아냐"
'담배 설계결함·개별 암 발생' 주장 모두 배척
[파이낸셜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대 담배 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법원은 담배회사의 위법행위로 인해 건보공단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흡연과 폐암 등의 개별적 인과관계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6-1부(박해빈·권순민·이경훈 고법판사)는 15일 건보공단이 KT&G 등 담배회사 3곳을 상대로 제기한 533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공단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단이 보험급여를 지출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이 예정한 바에 따라서 보험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한 것"이라며 "공단에 어떠한 법익침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담배회사들의 위법행위가 개입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주요 쟁점별 판단에서도 재판부는 공단의 주장을 대부분 배척했다. 공단은 '고엽제 사건'에서 인정된 제조업자의 고도의 위험방지의무 법리를 근거로 들었지만, 재판부는 "고엽제와 담배는 사용 방법, 해악의 회피가능성, 제조에 투입되는 첨가제의 기능 등에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담배사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공단 주장에 대해, 현재 판매되는 담배의 설계가 특별히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대체할 만큼 유해성이 현저히 낮은 설계가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담배의 위해성과 중독성을 충분히 표시하지 않았다는 표시상 결함 주장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흡연과 폐암 등 질병 발생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흡연과 질병 발생 사이) 역학적 연구결과는 통계적 차원에서 집단 내 질방발생의 분포 및 결정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뿐"이라며 "특정 개인에 대한 개별적 원인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는 않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선고에 직접 출석한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판결 직후 취재진에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과학과 법의 괴리가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건보공단은 상고 전략을 검토한 뒤 대법원 판단을 받아볼 방침이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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