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이 반도체 성패 가른다"… SK하이닉스, 前한전사장 영입

파이낸셜뉴스       2026.01.15 18:21   수정 : 2026.01.15 18:21기사원문
반도체 업계 변수로 '전력' 부상
전력 품질·안정성이 수율과 직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본격 가동땐
전기료만 연간 수조원 추가 부담"
대법 "용인 클러스터 승인 적법"

SK하이닉스가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지낸 정승일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전격 고문으로 영입했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투자 확대로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가 곧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국면에 접어들면서, 전력 수급과 비용 관리 중요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초대형 반도체 증설 및 첨단 공정 도입으로,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국내외 반도체 업계 전반에서 전력 문제가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성패 '전력'에 달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올 초 영입한 정승일 고문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 에너지자원실장, 차관, 한국가스공사 사장, 한국전력 사장 등을 거친 에너지 분야 정통관료 출신이다. 정부와 공기업, 민간을 아우르는 전력 네트워크와 정책 이해도를 두루 갖춘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SK하이닉스가 정 전 차관을 고문으로 영입한 것은 '전력'이 반도체 사업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국내외 생산거점의 전력 안정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특히 최첨단 공정일수록 365일 24시간 무중단 가동이 전제되며, 전력 품질과 안정성은 수율과 직결되는 중요 요소다. 정 고문은 이런 전력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중장기 전력 수급 전략과 전력 비용 부담 완화정책 대응 등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수백조원 단위의 초대형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력 수급 및 비용에 대한 리스크 관리 중요성은 훨씬 높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메가 팹 1기당 일일 소모 전력량은 대략 2~3기가와트시(GWh)로 추산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산업용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179.23원이었다. 거칠게 추산했을 때 팹 1기당 전기료만 연간 1300~2000억원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특히 AI발 수요 급증에 따라 이뤄지는 대규모 투자와 맞물릴 경우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용인시 이동·남사읍 일대 부지에 360조원을 투입해 대형 반도체 팹 6기를, SK하이닉스도 팹 4기와 연구시설 등을 포함해 약 6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해당 시설이 본격 가동할 경우 단순 계산하더라도 연간 수조원이 추가 전기비용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특히 각종 회로 집적기술이 요구되는 첨단공정이 도입되는 경우 요구되는 전력량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기료 수조원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에게 "규제완화와 함께 전력·용수 같은 기반 지원이 없으면 경쟁국 대비 속도에서 밀릴 수 있다"고 호소한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국내 반도체 양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전력 사용량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력 사용량은 지난 2021년 2만2624GWh에서 2024년 2만8996GWh로 최근 4년간 누적 증가율은 28.2%에 달했고,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1만921GWh에서 1만2620GWh로 15.6% 증가했다.

양사는 기존 절감 전략을 고도화해 대응력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공정 테스트 시간 단축과 부품별 소비전력 분석 등으로 대기전력 최소화에 나섰으며, SK하이닉스는 AI·디지털전환(DT)을 접목한 폐수처리 최적화, 폐열 회수, 냉동기 효율 개선 등을 통해 에너지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만으로 개별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고집적화가 진행될수록 전력과 용수, 투자비 모두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공장 내부의 운영 효율화 등으로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원은 이날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산업단지계획 승인처분을 둘러싼 무효확인소송 1심에서 원고(환경단체) 패소 판결을 내리며, 클러스터 조성을 둘러싼 사법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용인 대규모 반도체 생산단지 조성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향후 막대한 전력 수요에 대한 중장기 공급계획과 인프라 구축 필요성도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soup@fnnews.com 임수빈 김준석 정원일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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