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한국처럼 정 넘치는…'불곰국'에 가보셨나요?
파이낸셜뉴스
2026.01.15 18:21
수정 : 2026.01.15 18:21기사원문
벨랴코프 일리야 교수가 말하는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내가 겪은 러시아와 다른 러시아인들이 경험한 러시아는 다른 나라일 수 있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말하는 한국과 남해에 사는 사람이 묘사하는 한국이 다른 것과 같다. 불교 우화에 나오는 맹인모상(盲人摸象)과 마찬가지다. 내가 이야기하는 러시아는 눈을 감고 만진 코끼리를 설명하는 꼴이라는 걸 '비정상회담'을 통해 절감했다.
나는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인생의 절반을 한국에서 살았고, 한 인간으로서 독립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경험과 지식을 한국에서 배웠다. 첫 직장도, 첫 연애도 한국에서 경험했고, 돈 관리나 부동산 지식도 한국식으로 공부했다. 이제 러시아에서 온 사업가나 관광객을 통역하는 일을 할 때면 그들과 내가 얼마나 다른지 알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한국인이 된 것도 아니다. 자라온 환경, 문화적 배경은 한국인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내 정체성은 늘 러시아와 한국 사이 어디쯤에서 표류한다. 한국에서는 '러시아인' 취급을 받지만 해외에 나가면 '한국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어떤 때는 러시아인의 입장에서 러시아를 설명하고, 어떤 때는 한국인의 시각에서 러시아를 비판하기도 한다. 이 책을 쓰면서 이제는 러시아와 한국 사이의 어디쯤에 닻을 내린 느낌이 든다. 나는 한국인인가 러시아인인가. 그 해답을 조금은 찾아냈다.
내 주변에는 러시아와 관련된 일을 하거나 어쩌다 러시아와 인연이 생긴 한국인이 많다. 러시아로 유학을 갔다가 러시아에 빠져서 사업을 시작한 친구도 있고, 일 때문에 한 번 갔다가 아직까지 러시아에 눌러앉은 친구도 있다. 심지어 러시아가 마음에 들어서 아예 러시아로 귀화한 친구도 있다.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바로 귀동냥으로 알던 러시아와 실제로 겪어 본 러시아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다. 유럽도 아니고 아시아도 아닌 독특한 문화, 처음에는 불곰 같이 무뚝뚝해 보이지만 알고 나면 정이 넘치는 러시아인들, 광활한 대지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 경관… 러시아는 한국인에게도 매력이 있는 나라다. 비록 이 책에서 소개하는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가 러시아의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와 러시아가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벨랴코프 일리야 수원대 외국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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