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월드컵' 보는데, 한국만 '병역' 본다... 우물 안 개구리의 비극
파이낸셜뉴스
2026.01.17 11:00
수정 : 2026.01.17 11:00기사원문
日·우즈벡, 2살 어린 U-21 내세워 2028 올림픽·월드컵 '빅픽처'
한국만 병역 위해 '아시안게임' 올인
4년 주기 '올림픽 사이클'로 판 바꿔야 산다
[파이낸셜뉴스] 한국 축구가 길을 잃었다. 단순히 이민성 감독의 전술 부재나 선수들의 투지 실종 문제가 아니다.
이민성호는 이번 U-23 아시안컵에서 2살 어린 우즈베키스탄에 0-2로 완패했다. 일본 역시 U-21 대표팀을 내보내 전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남들은 2028년 LA 올림픽과 그 너머의 월드컵을 바라보며 '미래'를 키우고 있는데, 한국만 당장 눈앞의 성적에 급급해 '현재'를 갈아 넣고도 망신을 당했다.
한국 축구의 시계는 기형적으로 돌아간다. 모든 초점이 4년 주기의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아닌, 아시안게임에 맞춰져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선수들의 생명이 걸린 '병역 혜택'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2024년,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이후 대책을 내놓으며 사실상 아시안게임에 방점을 찍었다. 감독의 평가 기준도, 대표팀 운영의 우선순위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그러다 보니 감독은 당장 성적을 낼 수 있는 U-23 자원들을 쥐어짜는 '근시안적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
반면 일본은 다르다. 그들은 아시안게임을 철저한 '실험 무대'로 쓴다. 지난 항저우 대회 때도, 다가올 아이치·나고야 대회도 그들은 U-21 대표팀을 내보낸다. 금메달을 못 따도 상관없다는 태도다.
그들의 목표는 아시아 제패가 아니라 월드컵 우승, 그리고 올림픽 금메달이기 때문이다. '우물 안 골목대장' 노릇에 목숨 거는 건 한국뿐이다.
냉정하게 따져보자. 오는 9월 아시안게임, 한국 대표팀의 전력은 지금과 180도 다를 것이다.
병역 혜택이 걸린 아시안게임에는 유럽파들이 사활을 걸고 합류한다. 굳이 합류해달라고 읍소할 이유가 없다. 안오면 그만이다. 양민혁(토트넘 예정), 배준호(스토크), 김지수(브렌트포드), 양현준(셀틱), 엄지성(스완지시티), 이현주(아로카) 등 핵심 자원들이 알아서 들어올 것이고 알아서 열심히 할 것이다.
본인들의 인생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아시안게임은 이들 '해외파 어벤져스'의 개인 기량으로 풀어가는 대회다. AG 4연패가 아니라 AG 10연패를 한다고 해도 그것은 그 나라의 축구가 강하다는 증표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U-23 아시안컵은 무엇을 위해 썼어야 했을까. 일본이나 우즈베키스탄처럼 차세대 유망주(U-21)들을 발굴해 2028년 올림픽을 대비하는 '기회의 장'으로 삼았어야 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 귀중한 기회를 아시안게임 상비군 테스트 무대로 전락시켰다. 결과적으로 성적도 놓치고, 미래를 위한 세대교체 타이밍도 놓친 '이중 실패'다. 현재 선수들 중에서 과연 몇명이나 AG에 승선할 수 있을지는 알수 없다. 그만큼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기량은 기대 이하다.
물론 이민성 감독의 지도력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사우디전 연패, 우즈벡전 완패, 베트남전 신승 등 부임 후 보여준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전술적 색채도, 선수 장악력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감독 한 명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황선홍 감독 시절 겪었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판을 다시 짜야 한다.
'아시안게임 올인' 정책을 폐기하고, 일본처럼 4년 주기의 '올림픽-월드컵 사이클'로 전환해야 한다.
아시안게임은 그 과정에 있는 징검다리일 뿐이다. 병역 혜택이라는 달콤한 사탕에 취해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면, 한국 축구는 영원히 아시아의 맹주가 아닌 '병역 브로커' 수준의 팀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우즈베키스탄의 2살 어린 선수들이 한국 형님들을 농락하는 모습, 그것이 바로 '비전 없는 축구'의 참담한 결말이었다.
이제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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