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의사 혼잔데 환자는 600명?···‘사무장병원’의 전말

파이낸셜뉴스       2026.01.17 05:00   수정 : 2026.01.17 05:00기사원문
사무장이 고령 의사 채용해 ‘사무장병원’ 설립
브로커 통해 실손보험 가입자 모집..명의만 빌려
서류 허위 작성해 보험금 청구..30억원 부당편취

[파이낸셜뉴스] 경기도 안산 소재 한방병원에서 일하던 사무장 A씨는 월급만 받고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이 바닥에서 십수년 있다보니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빈틈이 보였다. 주변에서 저지르는 부조리도 심심찮게 봤다.

그의 뒤틀린 야망이 조금씩 싹을 텄다.

명의만 빌려 서류 허위작성


A씨는 수익 구조를 차츰 설계해갔다. 혼자 할 수는 없어 같은 한방병원에서 근무하던 B씨를 꼬드겼다. 둘은 사실상 치료는 물론 진료조차 불가능한 80대 의사를 형식적으로 고용해 이른바 ‘사무장병원’을 설립했다.

이후 브로커를 통해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수백명을 모으는데 몇 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모은 실손보험 가입자들과 공모해 진료기록, 진료비 영수증 등을 허위로 작성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 고객들 중 치료를 받은 이는 없었다. A씨는 명의만 빌려 이 모든 과정을 대행했다. 그리고 1인당 300만~500만원을 받아냈고, 이를 가짜환자들과 분배했다.

부당 편취 수십억..설립부터 막는다


하지만 결국 덜미가 잡혔다. 이상 신호를 감지한 한 보험사는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2023년 11월 수사에 착수한 후 그 이듬해 3월 A씨, B씨, 브로커 등 주범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이들은 모두 구속됐다.

공범인 허위환자는 무려 600명이 넘었다. 부당 편취한 적발금액은 30억원에 이르렀다.

앞으로는 이렇게 부당하게 보험금을 타내는 창구로 쓰인 소위 ‘사무장병원’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설립부터 차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개설 단계부터 관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여태껏 의료인, 의료기관 단체 관계자 중심으로 운영돼 온 시·도지사 소속 의료기관개설위원회에 직접 참여한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12일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 업무보고에 담겼다.

혹여 허점을 비집고 유입된다고 해도 사후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좁힌다. 건보공단은 올해 상반기 중 사법경찰직무법 개정 지원에 나서 내년 1월 특별사법경찰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특사경 도입 시 불법 의료기관에 대해 수사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거짓을 청구하다]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금욕에 눈멀어 생명을 해치고 '거짓을 청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기사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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