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훔친다” 무인점포 늘자 소액 절도 기승...수사 부담도 눈덩이
파이낸셜뉴스
2026.01.18 15:30
수정 : 2026.01.18 15:30기사원문
5년 새 53% 증가...무인점포 절도, 주요 상업시설 중 최다
소액인데 수사는 '중노동'...현행범 검거 어렵고 수사 누적
전문가 "예방 구조 재설계 필요"
[파이낸셜뉴스] 10만원 이하의 '소액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인점포 확산으로 대면 감시가 사라지면서 절도가 가볍게 반복되는 일상 범죄로 번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 금액이 적더라도 수사 부담과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실제 전체 절도 범죄 가운데 상점·시장 등 상업시설을 대상으로 한 절도 비중도 2020년 20.1%에서 2024년 31.2%로 상승하며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절도 범죄 10건 중 3건 이상이 상점을 노린 범행인 셈이다. 특히 무인점포 절도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무인점포가 별도 항목으로 집계되기 시작한 2023년 1만847건(5.7%) 발생해 같은 해 대형할인점(8861건·4.7%)과 슈퍼마켓, 소매점(8585건·4.5%) 절도 건수를 넘어섰다. 2024년에도 1만769건(5.9%)을 기록하며 주요 상업시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4월 "2020년부터 2025년 초까지 전국 무인 프랜차이즈 매장 수를 추적한 결과, 해당 기간 동안 무인 매장 수는 4배(314%) 증가했다"는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무인점포 절도가 반복되는 배경으로는 '대면이 없는 환경'이 지목된다. 피해자와 직접 마주하지 않는 상황에서 범행이 이뤄지다 보니 절도 행위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실제 사건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1월 경기 이천·여주 지역에서는 무인점포 4곳이 연쇄적으로 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들은 현금보관함을 파손해 돈을 훔친 뒤 여러 점포를 옮겨 다니며 범행을 이어갔고, 점포별 피해액은 수십만원 수준이었다. 앞서 지난해 10월 인천 부평구 일대에서도 새벽 시간 남성 2명이 무인점포 3곳을 돌며 현금 140만원가량을 훔친 사건이 접수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수사 부담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피해액이 소액이더라도 사건이 접수되면 수사를 피할 수 없어 다른 중요 사건 수사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토로다. 반면 점주가 뒤늦게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뒤 접수하는 사건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현행범 검거가 쉽지 않다.
서울의 한 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장 A씨는 "피해액이 몇천원이더라도 은행에 압수수색 영장을 보내 금융 계좌를 추적하거나 용의자 특정을 위해 주변 상가와 골목, 교통시설 CCTV까지 확인해야 하는 등 절차가 매우 번거롭다"며 "경찰력 낭비가 상당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무인점포 확산이 불가피한 흐름인 만큼 소액 절도를 경미한 범죄로 치부하기보다 범죄 인식과 예방 구조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무인점포 출입 시 신용카드·신분증 확인 등 출입 절차를 강화하고, 도난 발생 시 경보가 울리도록 하는 등 보안 시스템을 확충해 범죄를 시도하기 어렵게 만드는 환경을 먼저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인점포라는 이유로 방치하기보다 점주가 책임감을 갖고 CCTV 실시간 모니터링·순찰에 나서는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인점포 절도 역시 명백한 범죄라는 인식이 분명히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개별 사건만 보면 소액 절도에 불과하지만, 다수 점포를 표적으로 노리는 방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경찰력 부담을 덜기 위해 치안 네트워크 차원에서 경찰·무인점포 점주·민간 경비업체 간 협업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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