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정신건강 관리, 조기 진단이 중요"
파이낸셜뉴스
2026.01.18 11:09
수정 : 2026.01.18 11:10기사원문
부산 온병원 2022년부터 행동발달증진센터 운영
“초등학교 입학 전후시기 ADHD 조기진단이 핵심”
[파이낸셜뉴스]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정신건강 진료를 받은 소아·청소년 환자가 약 35만명으로 집계되면서 4년 전보다 76%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생활 속 질병·진료행위 통계’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정신질환 가운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가장 흔한 질환으로 꼽히며,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2020년 19만8384명 수준이던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질환자는 2023년 31만1365명, 2024년 35만337명으로 늘어 단기간에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정신건강 질환 중 ADHD만 따로 놓고 보면 증가 속도는 더 가파르다. 2024년 기준 국내 ADHD 환자는 약 14만9272명으로 파악돼 4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만 6∼18세 소아·청소년 환자는 8만1512명으로, ADHD가 학령기 교육과 또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DHD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충동성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장애로, 대개 학령기 이전부터 증상이 나타나지만 본격적인 문제 인식과 진단은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부산지역 발달장애인거점병원이자 2022년부터 보건복지부 지정 행동발달증진센터를 운영 중인 부산 온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김상엽 소장은 “ADHD는 단순한 산만함이 아니라 뇌 기능 발달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의학적 질환”이라며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뤄질 경우 학업 수행뿐 아니라 또래 관계와 사회적 적응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18일 조언했다.
부산 온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에 따르면 부모가 처음 “혹시 우리 아이가 ADHD 아닐까?” 하고 의심하게 되는 지점은 대부분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눈에 띄는 행동 패턴이다. 또래에 비해 지나치게 산만해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거나, 식사·TV 시청·책 읽기 등 웬만한 상황에서도 계속 움직이거나 자리를 이탈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어른들의 대화에 수시로 끼어들거나, 줄 서기·게임 차례 기다리기를 유난히 힘들어하는 모습 역시 보호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초기 신호다.
온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이러한 행동 패턴을 단편적으로 보지 않고, 다면적 평가 시스템을 활용해 ADHD를 조기에 진단한다. 부모 면담과 교사 평가, 표준화된 주의력 검사, 신경인지검사 등으로 아동의 전반적 발달 특성을 정밀 분석하고, 환경적·심리사회적 요인이 증상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살피는 것이 특징이다.
김 소장은 “ADHD 진단은 간단한 설문 한두 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학적 요인과 가족·학교 환경, 정서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내려야 하는 진단”이라고 설명했다.
치료의 기본은 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적절히 병행하는 ‘맞춤형 통합치료’다. 학령전 아동의 경우 부모훈련과 양육 코칭, 행동수정 프로그램 등 비약물요법이 1차 치료로 권고되며, 학령기 이후에는 교실 내 행동조절 전략, 학습지원 프로그램과 함께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집중력과 학습태도, 과제 완수 능력이 뚜렷이 개선된다는 것이 임상 현장의 공통된 견해다.
최근에는 기존 약물·행동치료에 더해 첨단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치료 옵션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 기반 디지털 치료기기(디지털 치료제·DTx)다. 온병원에서는 경두개직류자극술(TDCS)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게임사 드래곤플라이가 개발한 ‘가디언즈DTx’가 2025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ADHD 치료용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돼 현재 확증 임상 단계에 들어갔다. 또 다른 디지털 치료제 후보인 이모티브의 ‘스타러커스’는 서울대병원·한양대병원에서 진행된 아동 ADHD 환자 122명 대상 확증임상에서 부주의, 과잉행동·충동성과 관련된 반응률이 약 45%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됐다.
뇌파를 활용한 뉴로피드백 치료도 비약물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뉴로피드백은 30년 이상 임상 현장에서 활용돼 온 증거 기반 중재로, 아이가 두피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자신의 뇌파와 주의력 상태를 실시간 피드백을 받으면서 스스로 집중과 이완 상태를 조절하는 훈련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통상 주 1∼2회, 총 30∼40회 정도의 세션을 진행하면 뇌 기능의 자기조절 능력이 향상되며, 장기적인 증상 완화와 약물 용량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보고가 축적되고 있다.
약물치료 영역에서는 정신자극제인 메틸페니데이트와 비자극제인 아토목세틴이 여전히 양대 축으로 쓰인다. 다만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등 전문가 그룹에서는 자극제 단독 투여로 증상 조절이 충분하지 않거나, 약효가 시간대에 따라 ‘뚝 끊기는’ 패턴을 보이는 환자에서 두 약제를 병용하는 전략을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제시하고 있다.
치료 패러다임 역시 단일 전문의 중심에서 다학제적 팀 접근으로 변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상심리사, 언어·작업치료사, 특수교사, 사회복지사 등이 한 팀을 이뤄 한 명의 아동을 입체적으로 평가·치료하는 방식이다. 이는 특히 ADHD와 학습장애, 발달지연, 정서·행동 문제 등이 함께 얽혀 있는 복합 사례에서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인 ADHD에서도 직장·가정·대인관계 등 다양한 생활 영역을 고려한 맞춤형 다학제 진료가 부작용과 치료 실패를 줄이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부산 온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 김상엽 소장은 “ADHD는 아이의 의지나 부모의 양육 태도 탓이 아니라 뇌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만성질환”이라며 “부모가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상 신호가 의심될 때 stigma를 두려워하지 말고 조기에 의료기관 문을 두드리는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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