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위기, 국가시스템 전환 계기로
파이낸셜뉴스
2026.01.18 19:06
수정 : 2026.01.18 19:19기사원문
"글로벌갈등·기술혁명·인구변화와
분배의 불균형 등 4가지 구조위험
기후·재정·거버넌스 메타위험까지
서로 제약하면서도 조정될 수 있어
성장-분배, 안보-환경, 기술-인구
통합적 조정 가능할 때 기회 온다"
시급성과 파급력을 기준으로 할 때 단기적으로 가장 즉각적인 위험은 글로벌 갈등구조의 심화이다. 미중 전략경쟁,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불안, 경제안보를 둘러싼 기술·자원 블록화는 세계경제를 저성장과 고변동성의 국면으로 밀어넣고 있다. 에너지와 식량, 핵심광물과 반도체를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은 단순한 외교 문제를 넘어 물가, 재정, 통화정책, 금융안정까지 동시에 제약하는 상위 리스크로 작동한다. 여기에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와 자원 제약이 중첩될 경우 공급충격은 구조적 인플레이션과 국가 간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사회구조를 가장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요인은 AI·로봇 기술 혁명이다. 이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를 보완하고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핵심수단인 동시에 고숙련·자본 보유계층에 소득과 부가 집중되는 경향을 강화함으로써 양극화를 심화시킬 위험을 내포한다. 기술혁신 속도가 제도 적응 속도를 압도할 경우 노동시장 이중구조, 세대 간 불평등, 교육격차가 확대되고 사회적 이동성은 약화된다. 이러한 분배구조의 왜곡은 정치적 양극화와 포퓰리즘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보호무역과 국가주의를 강화하여 글로벌 갈등을 재생산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의 상위에 민주적 거버넌스와 사회적 신뢰의 문제가 놓여 있다. 위기 대응에는 중장기적 비용 분담과 세대 간·계층 간 조정이 불가피한데, 사회적 신뢰가 약화된 상태에서는 합의 형성 자체가 어려워진다. 기술 전환의 부담, 기후정책의 비용, 고령화사회의 조세·사회보험 개편은 모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며 거버넌스의 실패는 정책 지연과 불완전한 타협을 통해 위기를 더욱 증폭시킨다.
따라서 대응전략은 개별 위험에 대한 부문별 정책이 아니라 구조위험과 메타위험의 상호작용을 동시에 관리하는 통합적 국가전략이어야 한다. 글로벌 갈등에 대해서는 안보와 경제, 기후와 기술을 포괄하는 전략적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공급망과 금융시장의 복원력을 높이고,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새로운 산업·고용 전략과 결합해야 한다. AI·로봇 기술혁명은 산업정책에 국한되지 않고 평생학습, 직무전환, 사회보험의 보편화와 결합되어 기술진보의 과실이 근로소득과 세대 간에 공유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에 대해서는 출산·돌봄 정책을 넘어 고령자 고용, 이민, 보건의료 혁신을 포괄하는 인구·생산성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인공지능·로봇 기술을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공급 감소와 고령화 등에 따른 돌봄인력의 대체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분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조세·이전·연금·자산형성 정책을 연계하여 사회적 위험을 공동으로 분담하는 제도적 기반을 복원해야 한다.
글로벌 갈등, 기술혁명, 인구구조 변화, 분배의 불균형이라는 네 가지 구조위험과 기후·재정·거버넌스라는 메타위험은 서로를 제약하면서도 조정될 수 있는 하나의 시스템을 이룬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요구되는 것은 위기관리의 대응이 아니라 성장과 분배, 안보와 환경, 기술과 인구를 통합적으로 조망하는 장기 국가전략과 사회적 합의 메커니즘이다. 이러한 통합적 조정이 가능할 때 복합위기는 파국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국가 시스템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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