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100년 체제로 전환해야
파이낸셜뉴스
2026.01.18 19:06
수정 : 2026.01.18 19:19기사원문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우주항공, 신소재 등 이른바 전략산업이 모두 고위험·장기투자 특성을 갖고 있고 민간이 단독으로 감당할 수 없는 분야가 대부분이다. 딥테크 분야는 개발 기간이 10년을 넘기기 일쑤이며, 리스크는 높고 초기 연구비용은 매우 크다. 이런 상장 전 단계의 영역은 정부의 인내자본이 아니면 생태계 자체가 형성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모태펀드의 존속기한이 2035년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매우 큰 장애요인이다. 초기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기적 예산 규모가 아니라 정책의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투자 시장은 심리로 움직이며, 특히 장기투자가 필요한 딥테크 분야에서는 정부 펀드의 존속 여부가 곧 시장 신뢰의 기반이 된다. 모태펀드는 지난 20년간 벤처펀드의 안정성과 회수 구조를 뒷받침해 왔고, 회수재원만으로도 약 14조원 규모의 자펀드를 재조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이런 인프라를 없애버리는 것은 생태계의 뿌리를 제거하는 것과 다름없다.
공동투자 구조에서는 민간 출자자의 참여가 증가하고, 모태펀드 수혜기업들의 후속 투자가 늘어난다는 결과는 이미 제시되고 있다. 이는 모태펀드가 시장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민간을 끌어들이는 '신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모태펀드가 존재해야 민간도 움직인다. 정책펀드가 줄어든다고 해서 민간이 그 빈자리를 자연스럽게 채우는 구조는 아니다. 벤처투자 시장은 언제나 양면시장 구조로 움직이며, 정부가 먼저 위험을 분담해야 민간이 따라 들어온다.
이런 관점에서 100년 체제 논의는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20년간 축적된 모태펀드의 제도적 신뢰, 회수 기반 재투자 구조, 민간자본 유인 효과는 이미 검증된 시스템이다. 이를 단순히 2035년에 멈춰 세우는 것은 한국 기술창업 생태계를 스스로 축소시키는 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 벤처캐피털(VC), 액셀러레이터(AC)가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이유도 정부가 그 뒤에서 시장의 기반을 지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태펀드의 100년 체제 전환은 미래를 위한 제도 설계다. 지금 논의가 늦어지면 2030년대 초반부터 생태계는 공백을 경험할 것이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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