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본법 '세계최초' 시행, 기업 혼선없게 배려해야

파이낸셜뉴스       2026.01.18 19:09   수정 : 2026.01.18 19:09기사원문
22일 예정에도 업체들 대응 미비
현장 의견 외면 말고 탄력 운용을

오는 22일 '인공지능(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 전면 시행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AI 규제법을 본격 가동하는 국가가 된다. 우리는 AI가 경제,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변곡점에 서 있다.

산업 불안정이 심한 시점에 제도적 틀을 마련한 건 바람직한 일이다. 제도적 뒷받침으로 AI 발전 토양을 만들면 국가 경쟁력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매몰돼 현장의 우려를 외면하면 안 된다. 원래 유럽연합(EU)이 AI 법안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지만, 시행은 뒤로 미룬 상태다. EU가 단계적 시행을 선택한 이유는 AI 법안이 산업에 미칠 부담을 두루 따져봤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AI 기본법 시행에 앞서 정부와 업계 간 갈등이 심각하다. 정부는 AI 기본법이 규제 중심이 아닌 산업 진흥의 도구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업계의 불만을 감안해 법 위반 시 사실조사권 집행을 최소화하고, 과태료 부과에 1년 이상의 계도기간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정부는 AI 기본법이 시행될 경우 불확실성이 컸던 AI 규제환경이 오히려 투명해진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투명한 제도를 수립해 가이드라인을 세워주면 기업들의 사업과 투자 결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판단과 현장의 반응 사이 괴리감은 너무 크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사에 따르면 국내 AI 스타트업의 98%가 AI 기본법이 본격 시행될 경우 실질적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과태료 부과에 유예기간을 둔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는 분위기다. 법을 위반한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이 바닥에서 신뢰를 잃고 사업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게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기업만 역차별 받을 가능성이다. 해외 AI 빅테크가 한국 시장에서 딥페이크나 유해 콘텐츠를 유포해도 국내법을 적용하는 건 한계가 있다.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가 있지만 실질적 책임 추궁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내 기업이 규제와 처벌의 타깃이 되는 것과 비교하면 외국 기업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국내 기업만 과도한 규제에 발목을 잡히는 불공정한 구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대로 법이 바로 시행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벌어졌던 혼란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당시에도 정부는 충분한 준비 기간과 계도를 약속했다. 그러나 법이 시행되자 기업들은 법률자문과 안전관리 체계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야 했다. AI 기본법 역시 '고영향 AI'의 모호한 기준과 워터마크 표기 의무 등 해석이 엇갈리는 조항이 많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부작용이 AI 기본법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차후에라도 법 대응력이 취약하고 자본력이 빠듯한 벤처와 스타트업에 배려를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이달 당장 시행될 때 정부의 탄력적 운용이 더욱 필요하다. 법의 모호성이 많은 만큼 경직된 잣대를 갖고 일률로 적용할 게 아니라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해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나아가 실제 시행 과정에서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AI 기본법의 허점을 채워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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