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도, 살기도 힘들다···거시통계 이면의 청년세대
파이낸셜뉴스
2026.01.19 12:00
수정 : 2026.01.19 17:00기사원문
한은,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영향 평가’ 발표
청년층 첫 취업까지 오래 걸려..단순직 비중도↑
주거비 상승은 생활비, 교육비 감소 불러와
“결국 막대한 사회적 비용 초래할 것”
■ 고용률 높아졌다고? 진짜 봐야될 것은
19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영향 평가’를 보면 지난해 국내 15~29세 청년들 첫 취업 평균 소요기간이 1년 이상인 비중이 31.3%로 집계됐다. 2004년(24.1%)부터 상승세를 탄 결과다.
하지만 이재호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차장은 그 이면에 취약성이 내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미취업 기간이 1년일 경우 5년 후 상용직으로 근무할 확률은 66.1%였으나 그 기간 이 3년으로 늘면 수치는 56.2%로 낮아졌다. 5년일 땐 47.2%까지 떨어졌다.
이 차장은 그 원인으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각종 규제 등으로 기업의 성장 사다리가 약화되면서 중소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함에 따라 1차 노동시장(대기업)과 2차 노동시장(중소기업)이라는 이중구조가 고착화됐다”며 “노동시장 경직성으로 상향 이동이 어려워 청년층이 1차 시장 진입을 목표로 장기간 구직활동을 이어가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2023년 기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상향 이동할 확률은 19.0%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간 수평 이동 확률(71.5%) 대비 현저히 낮다. 임금 격차 역시 2005년 170만원에서 2023년 297만원으로 확대됐다. 첫 일자리가 단순직인 비중도 2004년 29.7%에서 2025년 41.2%까지 올라왔다.
이 같은 구조가 깨지지 않고 지속될 경우 청년층은 ‘쉬었음(취업도, 구직도 하지 않는 상태)’에 빠져 노동시장을 장기 이탈할 수 있다는 게 이 차장 판단이다.
이 차장은 “기업들이 신규채용 시 직무 관련 일경험을 중요 요소로 여기는 관행은 시장 진입 초기 단계의 청년층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최근 대기업 내 20대 근로자 비중이 20대 인구 감소 속도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만큼 청년층의 양질의 일자리 확보는 더욱 어려워진 것”이라고 짚었다.
높은 주거비 부담은 비단 ‘살기 어렵다’에 그치는 일이 아니다. 자산 형성의 기회를 축소시키고, 무엇보다 인적자본을 쌓을 수 있는 여지를 좁힌다. 한국노동패널 1~25차 자료를 이용한 회귀분석 결과 주거비가 1% 상승할 때 가계 총자산은 평균 0.04% 감소했다.
특히 주거비 급증은 인적자본 형성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 2017~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석한 결과 총소비지출 중 주거비 비중이 1%p 오를 때 식료품비는 0.45%p 내려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그 다음이 교육비(0.18%p 하락)였다.
주거비 상승은 청년층 빚을 키우는 배경이기도 하다. 청년세대 부채 대비 자산 비율은 2012년 5.6배에서 2024년 1.1배까지 하락했다. 부채 증가 원인으로는 전월세 보증금 마련, 주택 구입 등의 비중이 컸다.
이 차장은 “교육비가 감소하게 되면 청년층의 인적자본 축적이 제약되면서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 잠재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부채 규모가 확대되면 이자지급 증가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줄고 이는 자산 형성을 미룰 뿐 아니라 교육·훈련·건강 등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결국 고용과 주거 문제는 ‘개인이 겪는 고초’ 정도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차장은 “안정적 일자리와 주거 기반의 부재는 결혼·출산·사회적 참여를 지연시키고 공동체로부터의 단절과 은둔형 외톨이 등 사회적 고립을 확산시켜 사회문화적 활력을 약화시킨다”며 “일본의 8050(80대 부모와 50대 자녀의 동거) 문제에서도 사회진입 초기의 문제가 생애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