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물먹는 산업'인지 몰랐나...정치권 '용인 이전론'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 피로감 증폭
파이낸셜뉴스
2026.01.19 16:51
수정 : 2026.01.19 16:51기사원문
"용인, 한강수계 통해 日 76만t 용수 공급 최적 입지"
호남, 영남 등 후보지 현실적으로 용수 공급 '역부족'
"지역 균형 논리 접근 아닌, 안정성 통한 경쟁력 강화 집중해야"
[파이낸셜뉴스] '76만t(용인 국가산단 용수 확보량)' 대 '2만t(새만금)'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가 반도체 산업의 핵심 입지 조건 중 하나인 '용수' 문제를 무시한 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론을 지속하고 있어, 반도체 업계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물먹는 산업'으로 불릴 정도로 고품질의 용수를 그것도 대량으로 요한다. 현재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필요로 하는 용수는 약 76만t이며, 이는 우리 국민 약 250만명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물의 양과 같다.
■'물먹는 산업' 반도체업 특성 무시
19일 업계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공업용수 사용량은 가동시점인 오는 2035년 기준 일일 약 76만4000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내용은 이미 정부가 수립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공급 사업'에 전량 반영됐다. 단계별로 1단계인 2031년까지 일일 31만t, 2단계 2035년까지 76만t의 용수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총연장 46.9km에 이르는 관로 공사에 대한 설계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올해 상반기 1개 구역을 우선 착공한다. 2단계 관로 공사 역시 올해 연말까지 설계를 완료해 오는 2027년 착공할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용인 국가산단이 '한강 수계'를 통해 대규모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리적 이점을 갖췄다는 평가가 많다. 한강 수계가 금강, 영산강·섬진강, 낙동강을 포함한 4대강 유역 중 공급 여건과 안정성 측면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어서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하는 호남은 구조적으로 용수 공급 여건이 취약한 지역 중 한 곳이다. 예컨대 새만금은 전북 진안에 있는 용담댐 용수에 의존해야 하는데, 오는 2040년 기준 용담댐의 여유 물량은 하루 2만t에 불과하다. 반도체 산업단지에 용수 공급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인근 영산강, 섬진강 수계도 여유량이 수 만t에 불과해 하루 76만t이 필요한 국가산단 수요엔 턱없이 부족하다.
영남권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일각에선 여유량이 100만t이 넘는 낙동강을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소규모 댐 20여 곳의 여유량을 단순 합산한 수치다. 업계에선 낙동강의 경우 취수원이 분산돼 있어 반도체 산업단지와 같은 대규모 단일 수요처에 대한 안정적 용수 공급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한강 수계와 달리 댐 중심의 취수 체계가 아니라 하천에서 직접 물을 끌어써야 해, 장거리 관로 설치 등 대규모 추가 공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있다.
■공급 배관 설치만 4조원 추가 투입해야
비용 문제도 있다. 예컨대 울산 지역에서 반도체 산단에 필요한 용수를 확보하려면 최소 7개 이상의 댐에서 공급 배관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 경우 공사비는 용인 대비 최소 4조 원 이상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공급 배관이 도심지와 산지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주민 민원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취수원 부족의 대안으로 언급되는 '하수 재이용수'나 '해수 담수화' 등 '대체 수자원' 활용 역시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반도체 생산 공정은 물속의 무기질, 미립자는 물론, 이온, 염소, 이산화규소까지 제거된 고도로 정제된 '초순수'를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얼마나 깨끗한 물을 사용하느냐가 생산 효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체 수자원 활용은 아직 생산 공정에 활용될 만큼의 기술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하루 76만t에 달하는 반도체 공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입지는 현재로서는 한강 수계를 배후로 한 용인이 유일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정치적 명분이나 지역 균형 논리로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단 한 번의 중단도 허용되지 않는 안정성이 전제된 산업"이라며 "향후 논의의 초점은 이전 여부가 아니라, 이미 확보된 입지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국가 반도체 생태계를 완성할 것인지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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