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보다 급한 정치개혁

파이낸셜뉴스       2026.01.19 18:42   수정 : 2026.01.19 18:42기사원문
세상이 맑아져도 정치권은 그대로
김병기 등 보여준 전형적 권력 비리
한국 정치 개혁의 시급성 일깨워 줘
양당 체제, 중앙당 집중 제도 바꾸고
금전 비리 정치인 복귀의 길 막아야
정치권, 반성과 개혁 다짐부터 하길

‘배지'는 왜 그토록 갈망의 대상이 될까. 물론 완장과 같은 권력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김경 서울시의원이 잘 보여줬다. 김경은 '뒷배'가 절실했다.

김경 가족은 전체가 사업을 하는 '사업 가족'이다. 가족회사 7곳이 김경이 속한 상임위원회 소관인 서울시 산하기관들과 수의계약을 통해 수백억원 규모의 용역을 수주했단다.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권력형 비위다. 가족들에겐 공천헌금 1억원이 아니라 10억원도 아깝지 않았을 터.

'권력자'의 뒤를 캐면 늘 고구마 줄기처럼 비리 의혹이 걸려 나온다. 김병기 의원도 다르지 않았다. 공천헌금을 뒤지니 '배우자 법카 유용', 수사 무마 청탁, 아들 대학 편입, 취업특혜 의혹이 물밑에 잠겨 있다 줄줄이 떠오른다. 배지의 특권으로 행사했을 권력의 갑질. 공천 비위가 아니었으면 그대로 묻혔을 일이다. 그러면서 공정과 청렴, 정의를 강조해온 김병기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사는 국민들로서는 가증스럽단 말로 부족할 게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다 열거하기에 지면이 모자랄 정도의 비위 덩어리다. 3번의 배지로는 채우지 못해 이혜훈은 장관직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비위 백화점'인데, 자진 사퇴는 영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장관직은 이혜훈으로서는 인생의 마지막 목적지일 것이다. 국회의원의 권좌, 부정적 수단으로 쌓아 올린 부(富), 그 한편에 비어 있는 명예의 빈자리를 위해선 나라 재상 자리가 여간 탐나지 않을 것이다.

수십년 전이라면 이 정도의 권력형 정치 비위도 유난해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이 수천억원을 착복한 사건도 있었으니. 세월이 흐르며 소득은 몇배 증가했고 국민의식도 발전했다. 세상은 점점 맑아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겉만 맑아진 것처럼 보이지 속은 그대로 썩어 있다.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즐기고 취해 있었다. 국민들만 모르고 속았다. 1원 단위까지 세금을 내고, 몇 ㎞의 속도위반으로 과태료를 내는 서민들 심정은 허탈 그 자체다.

생각해 봐야 할 점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현시점에서 아무도 말하지 않는 정치 개혁이다. 한국의 정치권력은 정점에 이르렀다. 견제와 균형을 넘어선 정치의 사법·행정 지배 국면이 심화될수록 정치권력의 발호는 심해질 것이다. 의원이 경찰에게 수사 무마 압력을 가하는 것은 작은 예일 뿐이다.

정치 개혁은 의원의 특권 제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때 정치 개혁이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셀프개혁을 하는 척하다 멈췄다. 지금은 시늉조차 없다. 그만큼 정치의 힘이 커진 탓이다. 스스로를 정의의 사도화하면서 입 발린 말로 국민을 현혹한다. 정치 개혁을 말할 틈을 주지 않는다.

공천헌금은 비단 김경의 사례만이 아님이 분명하다. 비례대표 등에서 돈 공천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지금도 완전히 사라졌을 리가 만무하다. 과연 여야가 김경이 유일한 경우인 것처럼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자신들이 잘 알 것이다. 공천헌금 비위의 근원은 중앙당의 공천권 독점이다. 공천 제도와 양당 체제를 굳히는 소선거구제를 개혁하지 않는 한 매관매직 비위를 없애긴 어렵다.

비위 정치인들은 다시 정치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면 복권의 세탁 과정을 통해 버젓이 의기양양하게 돌아온다. 적어도 금전 관련, 성 관련 비위는 그렇게 해야 한다. 파렴치한 죄를 짓고도 다시 정의로운 듯이 설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사면 복권에 예외를 둬서 복귀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

다음 문제는 권력 감시의 공백이다. 정치 비위를 감시할 주체가 있어야 한다. 검찰 개혁을 해도 정의로운 수사기관은 남아야 하나 난망이다. 지금 경찰의 행동을 보라. 검찰보다 빨리 최고 권력 앞에 눕는 경찰이다. 검찰의 힘을 빼내어 경찰에 넘겨준들 소용없다. 제2의 검찰이 될 뿐이다. 공수처가 한 일은 뭔가.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도 기대는 없다. 핵심은 독립성인데 소속이 행정안전부 산하인 한 보장하지 못한다.

김병기, 이혜훈, 김경 세 사람은 모두 정치인이다. 정치권은 그런 점을 상기해야 한다. 여야 공히 비난에 앞서 자성하고 사죄하는 게 먼저다. 3인의 사례와 비슷한 비위들이 현재도 모습을 감춘 채 숨어 있을 수 있다. 이혜훈은 지금의 야당에서 세번이나 어떤 제재를 받지도 않고 의원을 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제 얼굴에 침 뱉기이고, 유체 이탈이다. 그런 점을 까맣게 잊은 듯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할 일은 반성과 개혁의 다짐이다.

tonio6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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