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어 환율 상승? 근거 없다"…한은 '과잉 유동성설' 정면 반박

뉴스1       2026.01.20 16:34   수정 : 2026.01.20 16:48기사원문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1.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한국은행이 최근 달러·원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 '과잉 유동성 공급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시중 통화량이 늘어나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주장은 통계적으로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최근 통화량 증가율은 과거 평균보다 낮다는 분석이다.

20일 한국은행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최근 원화 유동성이 과도하게 늘어 환율이 상승했다는 주장은 실제 데이터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화량 증가율 4~5%대…"미국보다 변동 폭 작고 과거보다 낮아"

한은에 따르면 통화량(M2) 증가율은 2022년부터 빠르게 하락하다 2024년 이후 다소 반등했으나, 과거 평균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기간인 2020~2021년 당시 M2 증가율은 11~12%까지 치솟았으나, 최근에는 4~5%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는 미국, 영국, 유로존 등 주요 10개국 중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한은은 미국과의 비교를 통해 과잉 유동성 논란을 일축했다. 미국의 통화량 증가율은 양적완화 기간 전년 동기 대비 최대 25~27%까지 확대됐다가, 양적긴축 국면에는 -4~-5%까지 하락하는 등 한국보다 변동 폭이 컸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과 미국의 통화량 증가율이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한은이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을 통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한은은 "RP 매입은 만기가 2주에 불과해 만기 도래 시 자금이 자동 회수된다"며 "단순 누적액이 아닌 평균 잔액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은의 공개시장운영 기조는 지급준비금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M2 비율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가별 금융 구조의 차이를 들었다. 한은은 "경제주체들의 은행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는 GDP 대비 M2 비율이 높고, 자본시장 의존도가 높은 미국 등은 낮은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자본시장 비중이 큰 미국의 GDP 대비 M2 비율은 73%로 한국(155%·2025년 3분기 기준)의 절반 수준이다.

"통화량-환율 상관계수 0.1 불과"…실질 원인은 해외투자 확대

통화량 증가가 환율 상승을 불렀다는 주장의 근거인 '구매력평가설'도 데이터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은 분석 결과 2005년 이후 한·미 통화량 증가율 차이와 원·달러 환율 상승률 간 상관계수는 0.10에 불과해 통계적 유의미성이 없었다. 유로존, 캐나다, 호주 등 주요국에서도 통화량 차이와 환율 간의 상관관계는 낮게 나타났다.

한은은 최근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내외 금리차와 성장률 격차 등 펀더멘털 요인 외에도 시장 심리와 수급 여건을 꼽았다.
특히 경상수지 흑자 규모보다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가 더 크게 늘어난 점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한은은 "환율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으로 직접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환율을 직접적인 목표로 삼지는 않는다"며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고려해 거시경제 전반의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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