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피부 87% 잃고 실명"..'이 약' 먹고 무슨 일
파이낸셜뉴스
2026.01.22 04:20
수정 : 2026.01.22 13: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항경련제를 복용한 30대 여성이 희귀 중증 약물 부작용으로 전신 피부의 대부분을 잃고 영구적으로 실명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 여성은 약물 복용 후 스티븐스-존슨 증후군(SJS)을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매체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는 에밀리 맥앨리스터는 2022년 9월 의료진 처방에 따라 항경련제 라모트리진을 복용한 뒤 약 2주 만에 스티븐스-존슨 증후군(Stevens-Johnson syndrome, 이하 SJS)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다.
얼굴서 시작된 발진 전신으로 급격히 확산
에밀리는 약물 복용 16일 차에 눈의 건조감과 충혈, 얼굴 부종을 처음 감지했다. 이튿날에는 방향 감각 상실과 의식 저하 증세가 나타났으며, 얼굴에서 시작된 발진이 전신으로 급격히 확산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의료진으로부터 SJS 판정을 받고 즉각적인 집중 치료에 들어갔다.
얼굴 피부 조직이 괴사하며 녹아내려 감염 위험이 치솟았다. 의료진은 정상 피부 보존에 주력했으나 결국 에밀리는 전체 피부의 약 87%를 소실했다. 시력 또한 점차 잃어 2022년 이후 시력 회복을 위한 안과 수술만 여섯 차례 받았다. 이 밖에도 줄기세포 이식과 침샘 이식, 세 차례의 자궁 수술 등 고난도 수술을 다수 받아야 했다.
현재 에밀리는 양안 모두 법적 실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 눈은 시력을 완전히 잃었으며, 오른쪽 눈은 특수 콘택트렌즈를 착용해야만 제한적인 시각 유지가 가능하다. 그는 과거 시력 이상 병력이 전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약을 중단한다고 해서 SJS로 인한 손상이 회복되지는 않는다"며 "이 질환은 평생 영향을 남긴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나는 장애인이 되었고 일상생활 전반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사가 처방한 약이라도 드물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측 불가능한 면역 과민 반응으로 발생
SJS는 용량 조절이나 복용 실수 때문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면역 과민 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질환은 약물에 의해 유발되는 희귀 중증 면역 반응이다. 면역체계가 외부 세균이 아닌 본인의 피부와 점막을 공격하는 기전이다. 대개 특정 약물 복용 후 1~3주 내에 발병하며, 진행 속도가 빨라 조기 인지가 필수적이다.
초기 증상은 감기와 유사해 발열, 몸살, 인후통, 피로감이 선행된다. 이어 눈 충혈과 통증, 입술 및 얼굴 부종, 붉거나 보랏빛 발진이 관찰된다. 발진은 급속도로 퍼지며 물집을 형성하고 피부가 화상처럼 벗겨진다. 환자들은 통증에 대해 '안에서부터 타는 느낌'이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피부 외에도 구강, 식도, 장, 생식기 등 점막 조직과 눈까지 침범한다. 이에 따라 연하 곤란과 배뇨 통증이 동반되며, 안구 손상 시 각막 손상과 시력 저하, 심할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다. 피부 회복 후에도 시력 장애나 흉터가 영구적으로 남는 사례가 적지 않다.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 등이 대표적 유발 요인
주원인은 약물이다. 항경련제(라모트리진 등), 설폰아마이드계 항생제, 일부 진통제(NSAIDs),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 등이 대표적 유발 요인으로 꼽힌다. 특정 개인에게서 발생하는 예측 불허의 면역 과민반응이다.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추가 손상은 막을 수 있으나, 이미 발생한 손상은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SJS는 국내에서도 약물 부작용으로 꾸준히 보고되는 중증 급성 피부 질환이다. 발생 빈도는 낮으나 의료계에서는 가장 위험한 약물 이상반응 중 하나로 분류한다. 통상 인구 100만 명당 5명 이하로 드물지만, 치사율은 SJS 단독으로도 5~10%에 달한다.
국내 연구 결과 SJS와 독성표피괴사융해(TEN)를 포함한 중증 약물 피부 부작용 환자는 연간 약 234명 수준이며, 이 중 연평균 사망자는 약 57명으로 추산된다. 환자 수는 적지만 중증도와 치명률이 높다. 약 복용 후 고열, 눈 통증, 입안 궤양, 원인 불명의 발진이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날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