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 자산 10억달러로 '영구 회원'…푸틴의 '트럼프 평화위원회' 베팅
파이낸셜뉴스
2026.01.22 10:24
수정 : 2026.01.22 10: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가자지구 평화위원회에 10억달러(약 1조4500억원)를 부담하고 ‘영구 회원국’으로 참여할 의향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립된 러시아의 외교 공간을 넓히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21일(현지시간) 자국 내각 안보회의에서 트럼프에게 평화위원회 가입 요청을 받았다며 참여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미국에 남아 있는 동결 자산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정 체결 이후 전쟁으로 손상된 지역 재건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이후 동결 자산의 용도를 재건 재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서방은 러시아가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대규모 금융 제재를 가하고 있다. 유럽의회조사국(EPRS)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러시아 동결 자산 규모는 약 300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유럽에 묶여 있으며 미국에 동결된 자산은 약 50억달러 수준이다.
서방 국가들은 이 동결 자산을 단순 제재 수단이 아니라 종전 이후 전쟁 배상과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을 담보할 핵심 자산으로 간주해왔다.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침공으로 발생한 손실을 금전적으로 환수하겠다는 구상에서 동결 자산은 상징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지닌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주도하는 트럼프의 구상에서도 러시아 침공의 성격 규정과 동결 자금 처리 문제는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러시아는 침공을 인정하지 않으며 서방의 동유럽 세력 확장을 원인으로 한 ‘방어전’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푸틴이 우크라이나전 동결 자금을 활용해 트럼프 주도의 평화위원회 운영에 기여하겠다고 밝힌 것은 트럼프를 지렛대로 삼아 전쟁의 성격을 재규정하려는 시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는 집권 2기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주도하며 양측의 압박과 로비에 따라 입장을 수차례 조정해왔다.
러시아는 트럼프의 정치적 성향과 협상 방식을 고려해 공개적인 찬사와 경제적 유인을 제시하며 협상 환경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푸틴이 임기 제한 없는 회원국 지위를 강조한 것도 글로벌 거버넌스 혼란 속에서 러시아가 다시 ‘규칙 설계자’로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가자지구 종전과 재건을 목적으로 한 평화위원회를 향후 다른 지역 분쟁 해결로 확대해 사실상 유엔의 일부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태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집단 제재와 소프트파워 약화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심화된 상황이다.
특히 푸틴은 우크라이나 어린이 납치 혐의 등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전쟁 범죄 혐의로 수배된 상태다. 프랑스와 영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은 전범국 러시아가 평화위원회에 초청됐다는 점을 이유로 가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푸틴의 참여 의사를 기정사실화한 것과 달리 푸틴은 평화위원회 가입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국제사회 반응을 더 지켜보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외무부 장관이 전달받은 관련 문서를 검토하고 전략적 파트너 국가들과 협의한 뒤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푸틴은 22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 회담을 갖고 가자지구 과도 통치 문제와 평화위원회 활동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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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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