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노사 "약가인하 강행하면 고용 대규모 충격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2026.01.22 17:03   수정 : 2026.01.22 17:03기사원문
제네릭 약가 인하되면 최대 3.6조원 손실 발생
구조조정, 생산라인 축소 등 생태계 흔들릴 것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추진 중인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을 둘러싸고 제약산업 현장에서 강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국내 최대 제약 생산 거점인 경기 화성 향남제약단지에서 노사 양측이 한자리에 모여 “급격한 약가 인하는 고용 붕괴와 산업 기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정책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와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화성시 향남읍 한국제약협동조합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일방적인 약가 인하 추진 중단과 제약산업 고용 안정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향남제약단지는 36개 기업, 39개 사업장이 입주한 국내 최대 규모의 제약 생산 클러스터로, 약 4800명의 숙련된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인력들 근무하고 있다. 의약품 생산의 최전선으로 꼽히는 이곳에서 나온 경고는 산업 전반의 위기 인식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정부는 신규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를 오리지널 대비 현행 53.55% 수준에서 40%대로 낮추고, 이미 등재된 의약품 가운데 인하 대상 품목 역시 단계적으로 40%대 수준까지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약가 인하 속도와 폭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약가가 단기간에 크게 낮아질 경우 신규 채용 중단은 물론 구조조정, 생산라인 축소, 연구개발(R&D)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단순한 기업 수익성 악화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비대위와 노사는 이날 발표한 ‘의약품 생산 최전선에서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향남제약단지는 고도의 숙련 인력이 집적된 핵심 제조 거점”이라며 “약가 인하가 강행될 경우 입주 기업을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돼 최대 3조6000억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설비 투자와 품질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이 멈출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생산·연구·품질관리 전 부문에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과거 사례도 근거로 제시했다. 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는 1999년과 2012년의 일괄 약가 인하 정책 이후 제약업계 매출이 26~51%까지 감소했고, 연구개발 투자 위축과 고용 안정성 악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장훈 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 의장은 “약가제도 개편이 제약사의 수익 구조를 급격히 악화시키면 가장 먼저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생산, 영업, 연구 인력 전반에 걸친 충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간 매출 손실은 총 1조2000억 원 이상, 영업이익은 평균 50%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이는 기업들로 하여금 인건비 절감을 최우선 과제로 삼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화학노련은 성명을 통해 △약가제도 개편 전면 재검토 △제약산업 노동자와 노조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 설치 △제약산업 일자리 보호 및 고용 안정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특히 중요한 제도 개편 과정에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사실상 배제돼 왔다는 점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업계 역시 우려를 같이했다. 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미 평균 영업이익률 4.8% 수준에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약가 인하가 추가로 이뤄지면 중소·중견 제약사는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며 “고용과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 뒤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혜숙 경기도일자리재단 이사장도 “전국 제약산업 일자리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비상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과거 대규모 약가 인하 이후 일자리 감소와 필수의약품 생산 중단 같은 부작용이 반복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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