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 32-5, 베트남전 패배... 외신도 경악한 '제다 참사', 한국 축구 민낯이 드러나다

파이낸셜뉴스       2026.01.24 11:13   수정 : 2026.01.24 11:13기사원문
베트남전 사상 첫 패배
점유율 65%·슈팅 32개의 '미스터리'... 10명 뛴 베트남에 농락
日은 '미래', 中은 '실리'... '제다 참사'로 확인된 韓 '나홀로 퇴보
'손흥민 보유국' 착시효과... 가림막 걷히자 '시스템 붕괴'의 민낯



[파이낸셜뉴스] 2026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구 도시 제다. 이곳은 훗날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에서 '제다 참사'의 현장으로 기록될 것이다.

단순히 축구 경기 하나를 졌기 때문이 아니다.

이번 AFC U-23 아시안컵은 지난 반세기 동안 아시아 스포츠를 호령했던 '맹주' 한국의 지위가 공식적으로 소멸했음을 만천하에 알린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말은 참혹하다. 한국은 4강에서 '21세(U-21)'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 2군에게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이어 3·4위전에서는 한 수, 아니 두 수 아래로 여겼던 베트남에게 역사상 처음으로 무릎을 꿇었다.

현지에서 지켜본 외신 기자들조차 고개를 저었다. 슈팅 숫자 32대 5. 한국은 120분 동안 베트남을 두들겼지만, 정작 골을 넣지 못했다. 상대를 압도할 기술도, 결정력도, 그리고 무엇보다 '이길 수 있다'는 위압감도 사라졌다.

과거 "한국을 만나면 다리가 풀린다"던 '공한증(恐韓症)'은 옛말이 됐다. 이제 아시아의 팀들은 한국을 '해볼 만한 상대', 아니 '잡을 수 있는 먹잇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제다에서 목격한 한국 축구는 이빨 빠진 호랑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번 대회는 동북아 3국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린 변곡점이다.

일본은 철저하게 미래를 기획했다. 올림픽을 대비해 2년 어린 선수들을 내보내는 여유를 부리면서도 결승에 안착했다. 시스템의 승리다. 중국은 실리를 택했다. 5경기 무실점이라는 질식 수비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함 대신 '이기는 법'을 터득했다. 베트남은 한국인 지도자(김상식)의 이식 아래 한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동남아 축구의 비상을 알렸다.

주변국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진화하는 동안, 오직 한국만이 제자리걸음, 아니 뒷걸음질 쳤다. '투혼'과 '정신력'이라는 낡은 구호만 외치다 전술적 트렌드를 놓쳤고, 결국 아시아 4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국제 스포츠계는 묻는다. "EPL 득점왕 손흥민과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를 보유한 나라가 왜 이런 경기력을 보이는가?"





답은 명확하다. '수퍼스타의 존재'가 한국 축구의 썩어가는 뿌리를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수의 돌연변이 천재들이 유럽에서 국위를 선양하는 동안, 정작 한국 축구의 허리이자 미래인 유소년 시스템과 K리그의 경쟁력은 베트남과 대등한 수준까지 추락했다.

이번 '제다 참사'는 그 화려한 가림막이 걷히자 드러난 한국 축구의 참담한 민낯이다.

사우디 제다의 밤하늘 아래, 한국 선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진짜 공포는 이제부터다. 이번 패배가 일시적인 사고가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구조적 재난(Disaster)의 예고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한국은 월드컵 예선에서 일본을 피하고 싶어 하고, 중국의 수비를 걱정하며, 베트남의 역습을 두려워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아시아의 호랑이'는 제다에서 죽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위에서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혁신적인 개혁 없이는, 한국 축구가 '아시아의 변방'으로 밀려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아니, 어쩌면 이미 밀려났는지도 모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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