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그늘

파이낸셜뉴스       2026.01.26 19:36   수정 : 2026.01.26 19:36기사원문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을 현장에서 실감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장비기업 임원은 "현재 공장을 풀가동 중이며, 전 직원이 연장근무와 주말근무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반도체 시장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는 올해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보다 25% 이상 늘어나 사상 처음 1조달러(약 1439조원)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럴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은 최대 수혜국 중 하나가 된다. 실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한 증설투자에 박차를 가한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19조원을 들여 후공정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렇듯 전방산업 대기업들이 투자에 나서면 후방산업에 속한 반도체 장비기업들이 낙수효과를 본다. 이에 따라 반도체 장비기업들 역시 생산량을 늘리거나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에 나섰다.

실제로 주성엔지니어링은 1000억원을 들여 연면적 2만495㎡ 규모로 경기 용인에 제2연구소를 건립하고 있다. 한미반도체 역시 인천 서구 주안국가산업단지에 1만4570㎡ 규모로 하이브리드 본더 팩토리를 건설 중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투자에 나서면 대부분 수혜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해외 장비기업들에 돌아가는 구조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국산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국내 반도체 투자금액 중 80%가량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이는 중국과 비교해볼 때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컨설팅업체 룽중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장비 국산화 비율은 지난해 45%에 달했다. 이는 전년 35% 대비 10%p 상승한 수치다. 2022년 16%와 비교하면 무려 3배가량 늘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최근 주성엔지니어링, 솔브레인, 동화일렉트라이트 등을 대상으로 첨단산업 육성에 총 1211억원을 지원키로 한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
이를 통해 업체당 최대 200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있어 한국이 온전한 수혜국이 되기 위해 전방산업뿐 아니라 후방산업에 더욱 과감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한국답게 장비 역시 높은 국산화 비율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휩쓸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butter@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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