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에는 죄가 없다

파이낸셜뉴스       2026.01.26 19:36   수정 : 2026.01.26 20:44기사원문

최근 코스피가 역사적 '오천피'를 달성한 데 이어 코스닥까지 4년 만에 '천스닥'에 입성하면서 우리 자본시장이 한단계 레벨업했다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증시가 이른바 '불장'이라는 것은 개인들의 자산증식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겠지만 중소·벤처기업 생태계 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기술력은 갖췄지만 일시적 자금난이나 경영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본시장의 유동성을 통해 급한 불을 끄고 중장기적 성장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업계의 이런 긍정적 분위기 속에서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 지난 2023년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파두다.

파두는 상장 당시 주요 거래처의 발주 중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1년여의 조사 끝에 파두 법인과 경영진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한국거래소는 파두에 대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며 주식 거래를 정지하고 심사대상에 올린 상황이다. 1개월 넘게 거래중지가 이어지고 있다.

벤처업계는 경영진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파두라는 기업이 지닌 기술적 실체는 전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례상장을 할 정도로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은 기업인 만큼 기술에 대해서는 인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중지가 유지되는 가운데 상장적격성 심사 등이 구체화되면 자칫 진입장벽이 높은 팹리스 산업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낮출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파두는 현재 최대 AI 데이터센터 업체인 아마존과 거래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파두는 최근 글로벌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제조사와 203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파두는 지난해부터 SSD 관련 대규모 수주실적을 쌓고 있는데, SSD 컨트롤러 공급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중소·벤처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무엇보다 파두 사례를 기준으로 기술특례상장 제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특례상장은 매출이나 이익 등 재무요건이 부족하더라도 기술력만으로 코스닥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전문평가기관 두 곳의 평가에서 일정 등급 이상을 받으면 기업공개(IPO)가 가능하다. 이 제도를 통해 기술력을 갖춘 초기 투자기업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불가결한 제도라고 말한다.

당장 재무적 성과는 부족하지만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모험자본을 유입시켜 혁신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우리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가야 할 이상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나 관리 강화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과도한 기준으로 성장기업의 날개를 꺾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 생태계 보호 및 육성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파두 주주연대는 최근 한국거래소의 파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기간 연장 관련 파두 경영진 및 임직원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전달하고 거래소의 신속하고 합리적인 결단을 촉구하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주연대는 특히 IPO 시장의 구조적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실적 추정치와 실제치의 괴리를 개별 기업의 문제로만 치부하기보다는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취지를 살려달라는 의견도 전달했다.


개별 기업 경영진의 일탈이나 비리, 죄는 수사 및 조사 과정에서 밝히면 될 일이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이 날로 격화하는 가운데 산업 경쟁력 자체를 떨어뜨릴 수 있는 과도한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 기업이 지닌 기술에는 죄가 없다는 인식이 중요한 시점이다.

kim091@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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