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500조·LNG·쿠팡' 관세폭탄 뒤엔 3대 독소청구서
파이낸셜뉴스
2026.01.27 14:04
수정 : 2026.01.27 15:00기사원문
외환보유액 82% 잠식... 금융위기 시 최후 방어선 무력화 우려
車관세와 맞바꾼 '알래스카 LNG' 에너지 종속... 미검증 사업에 천문학적 혈세 투입?
쿠팡이 당긴 301조 보복의 칼날... 韓 입법·사법 주권 흔들어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이 합의한 관세율을 단 두 달 만에 뒤집으며 관세 25% 환원이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 든 배경에는 한국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3가지 치밀한 '독소 청구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한국 국회의 비준 지연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이는 타국 의회의 판단을 무역 합의 이행의 조건으로 삼은 이례적 조치다. 한국의 자산과 에너지, 정책 주권을 미국의 영향력 아래 구조적으로 묶어두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①외환보유액 82% 빼먹는 '현금 인출기'
트럼프가 요구하는 대미 투자 특별법의 핵심은 3500억달러(약 508조원) 규모의 자본을 미국 내 전략 산업에 강제 배치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외환보유액(4280억5000만달러)의 약 82%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핵심은 자금의 고정성이다. 일반적인 해외투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자금을 회수하거나 재배치할 수 있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 방식은 소형모듈원전(SMR), 반도체 등 특정 공급망에 자본을 장기 상주시켜 유동성을 사실상 흡수하는 구조다.
특히 이 구상을 국회 비준을 거친 법률로 확정하라고 요구한 점이 문제로 언급된다. 정권이 바뀌어도 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하려는 자본 대못 박기의 정지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정부 간 양해각서(MOU)나 정책 합의는 정권 교체나 환경 변화에 따라 수정될 수 있지만 법률로 고정될 경우 정책 선택의 유연성은 크게 줄어든다. 위기 시 최후의 보루인 외환보유액이 장기 투자 형태로 묶일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 대응 능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
신원규 한국경제인협회 책임연구위원은 "트럼프의 관세 압박은 합의를 실제 이행하도록 압박해 동맹국 전반에 본보기 메시지를 던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불확실성을 키우는 성급한 대응은 오히려 한국 기업 부담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②자동차 관세와 맞바꾼 '알래스카 LNG'
두번째 청구서는 수십년간 한국의 에너지 비용 결정권을 미국에 넘겨주는 에너지 종속이다. 트럼프는 자동차 관세 완화를 지렛대 삼아 사업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를 강요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높은 개발·운송 비용 탓에 국제 시장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국은 아직 사업타당성도 나오지 않은 미검증 프로젝트를 동맹 강화라는 명분으로 포장해 한국에 떠넘기는 분위기다.
이 청구서가 수용될 경우 한국은 경제성이 불투명한 미 에너지 사업에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를 투입하고, 향후 수십년간 특정 공급원에 에너지를 종속시켜야 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자칫 자동차 관세를 지키기 위해 국가 에너지 안보 체제를 통째로 저당 잡히는 굴종적 거래이자 미국의 에너지 패권을 뒷받침해 주는 하위 파트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③쿠팡이 불러온 '무역법 301조' 보복의 칼날
가장 날카로운 위협은 한국의 정책 주권을 정조준한 '무역법 301조'다. 최근 쿠팡의 주요 미국 투자사들이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 추진과 규제를 미국 기업 차별로 규정하며 미 정부에 청원을 제기했고, 이를 근거로 301조 조사가 공식 거론되고 있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의 정책이 불합리하다고 판단될 때 보복 관세를 허용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미국은 이를 명분 삼아 한국의 독자적인 디지털 규제와 공정 경쟁, 소비자보호 정책 전반을 미국 기업 차별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입법·사법적 행위조차 미국의 통상 압박 하에 두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결국 관세가 한국의 디지털 주권을 무력화하는 도구로 활용되면서 한미 동맹은 혈맹의 껍데기를 벗고 철저히 숫자로만 거래되는 동맹으로 강제 전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관세를 앞세워 상대국의 입법과 정책 선택을 압박하는 방식은 동맹을 규범이 아닌 거래 대상으로 취급하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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