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후 청년 2명이 노인 1명 부양…기존 시스템 통하겠나"
파이낸셜뉴스
2026.01.27 18:33
수정 : 2026.01.27 18:35기사원문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가 본 세대갈등
"소통 안된다" 갈등 빚던 청년-기성세대
이제 연금·주거 등 구조적 문제로 충돌
출생아수 줄어드는데 고령자는 늘어
인구 대다수 차지한 중장년 유권자들
자신들 복지 앞세우는 '노인정치' 확산
부양 짊어진 젊은층 형평성 깨졌다 느껴
이런 갈등의 결정체가 바로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고도화 등 뒷받침 안되면
신규채용 줄어 청년 일자리 빼앗는 셈
지금부터 국가단위 대규모 공론화 시작
기업들 대응하도록 법적 인프라 만들고
정치권은 50년뒤 내다본 로드맵 짜야
대한민국이 '시계 제로'의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단순히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수준을 넘어, 부양의 의무를 짊어진 젊은 세대와 생존의 기로에 선 기성세대 사이의 '구조적 충돌'이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2100년이면 청년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업어야 한다는 섬뜩한 통계는 더 이상 통계청의 시뮬레이션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화두가 된 '정년 연장'은 이 갈등의 결정체다. 기성세대는 노후 빈곤을 막기 위한 생존권을 주장하고, 청년 세대는 일자리 독점과 연금 고갈을 우려하며 날을 세운다.
이번 대담은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fn 인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세대 갈등이 과거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지점은 무엇인가
▲과거의 세대 갈등은 주로 '문화적 충돌'이었다. 흔히 말하는 '요즘 애들은 싹수가 없다'는 식의 개탄이나, SNL 코리아의 'MZ 오피스'처럼 업무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해프닝이 주를 이뤘다. 에어팟을 끼고 일하는 것이 효율적인가, 아니면 소통의 단절인가를 두고 벌이는 가치관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갈등은 '구조적이고 물질적인 생존의 문제'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이제 청년들은 단순히 문화적 자유를 갈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20~30년 뒤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내가 낼 세금은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 '내 집 한 칸 마련할 기회는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자산 가격의 폭등으로 인해 부모의 지원을 받는 '수저 계급론'이 공고해지면서,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불평등이 세대 내, 그리고 세대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직격탄이 되었습니다.
―인구 구조 변화가 이러한 갈등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가
▲숫자가 말해주는 미래는 매우 암담하다. 현재는 약 4명의 경제활동 인구가 1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구조다. 하지만 불과 20년 뒤에는 청년 2명이 노인 1명, 2100년에 이르면 1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 규모의 차이는 정치적 힘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1950~1960년대생은 출생아 수가 100만명에 육박하지만, 2024년 출생아 수는 23만명에 불과하다. 유권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기성세대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더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대 간의 형평성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현재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정년 연장'이다.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실제로 뺏는 '제로섬 게임'이 될까
▲냉정하게 말해,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정년만 늘린다면 제로섬 게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신규 채용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 현장에서 50대 이상이 직무의 변화 없이 고액 연봉을 유지하며 실질적인 업무에서 손을 떼는 현상을 두고 청년들은 '월급 루팡'이라 비하하며 분노한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만든 결실을 일하지 않는 고연차 선배들이 가져간다'는 박탈감이 조직의 사기를 꺾고 청년들을 '조용한 퇴사'로 내몰고 있다. 따라서 정년 연장이 청년들의 일자리 사다리를 걷어차는 도구가 되지 않으려면, 정년 연장이라는 하나의 주제만 논의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정년 연장을 안착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해법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약 1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면서 기업과 노동자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공했다. 핵심은 세 가지다. 임금 체계 개편, 재고용 옵션, 그리고 직무 조정이다. 우선 정년이 연장되는 기간만큼 임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임금피크제'의 고도화가 필수다. 또 현역 시절처럼 매 순간 성과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을 자문하거나 교육하는 '어드바이저' 역할을 부여해야한다. 개인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대기업 부장 출신이 세차장이나 경비직 등 새로운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존심 내려놓기'가 필요하다. 내가 사회에서 여전히 기여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
―사실 현재의 5060 세대 역시 '노인 빈곤'이라는 절벽 끝에 서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현재의 50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헌신적이었지만, 정작 본인의 노후는 가장 준비되지 않은 '비극적인 세대'다. 위로는 부모님을 부양하고, 아래로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자녀를 캥거루족으로 끼고 살며 자신의 자산을 모두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산은 부동산에 묶여 있고 당장 쓸 현금은 부족한데, 자녀들의 독립은 늦어지니 생계를 위해 다시 일터로 나올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가 정년 연장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단순히 욕심 때문이라기보다, 당장 멈추면 생계가 막막해지는 구조적 불안 때문임을 이해해야한다.
―연금 개혁 논의에서도 세대 간 시각차가 크다. '더 내고 더 받자'는 기성세대의 주장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는데
▲현재의 연금 개혁안은 기성세대에 유리한 구조로 설계돼 있다. '조금 더 내고 더 많이 받겠다'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넘기겠다는 뜻과 같다. 지금의 인구 구조대로라면 2100년에는 청년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그때의 청년들이 과연 이 시스템을 받아들일까? 저는 한 책에서 '미래의 젊은 당이 나와 노인의 1표를 0.5표로 제한하자는 공약을 내걸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한 적이 있다. 인구 다수를 점한 노인들이 자신들의 복지만을 위해 정책을 결정하는 '제론토크라시(노인 정치)'가 가속화된다면, 생존 위기에 몰린 청년들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1인 1표제'마저 부정하려 드는 파국이 올 수 있다는 경고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당장 시작해야 할 노력은 무엇일까
▲단순히 '서로 이해하자'는 수준의 공허한 구호만으로는 부족하다. 직장 내, 국가 단위, 심지어 마을 공동체에서 세대가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자원 배분 방식을 논의하는 '대규모 공론화 캠페인'이 일어나야 한다. 국가는 정년 연장과 임금 체계 개편을 패키지로 묶어 기업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인프라를 마련해 줘야한다. 정치권은 당장의 표 계산보다는 50년 뒤의 국가 생존을 고민하는 장기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청년들은 부모 세대에게 정보기술(IT)이나 최신 트렌드를 가르쳐주며 사회적 고립을 막아주고, 부모 세대는 기꺼이 자신의 기득권을 양보해 청년들이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줘야 한다. 우리는 모두 늙어갈 것이고, 누군가의 자녀이자 부모다. '너와 내가 죽어야 사는 경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남는 공존'의 철학이 필요하다.
■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교 교수 약력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교수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박사 △2019년 법무부 장관상 △2021년 성균관대학교 SKKU Teaching Award △(현)사법연수원 양성평등심의위원회 심의위원 △(현)서울고등법원 양성평등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정리 =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dinoh7869@fnnews.com 노동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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