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로비 효과' 엇갈린 시선

파이낸셜뉴스       2026.01.28 19:44   수정 : 2026.01.28 19:44기사원문

정부의 쿠팡 조사가 장기화하고 있다. 정보유출 관련 주무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경찰 등이 모두 관여하면서 조사 마무리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과기정통부 조사 단계에선 개인정보 유출 이슈였지만, 이제는 노동·지배구조·공정거래 등 모든 현안이 얽히면서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종잡을 수 없게 됐다.

필요한 조사라고 판단되지만 정부는 최대한 조사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쿠팡 자체는 사기업이지만 이미 유통, 물류를 넘어 결제, 콘텐츠, 핀테크까지 사업이 얽혀 있어 결과에 대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정보유출 등의 사고에 대해선 책임과 결과를 명확히 밝히되 추후 정책적 측면에선 정부의 여러 가지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조사 장기화로 여론이 다른 방향으로 튀는 것도 우려스럽다. 최근 한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력이 커지는 시기와 맞물려 쿠팡의 미국 내 로비활동에 대한 비난도 거세지고 있어서다. 지난 27일 미국 정부의 대응을 다룬 2가지 뉴스가 재료가 됐다. 첫 번째 뉴스는 미국의 관세인상 압박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 계정에 "한국 국회가 미국과의 역사적인 무역협정을 비준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차 등 기타 모든 상호관세 품목에 대한 한국의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한국 국회에 비준안 거부 의사가 없음에도 자신의 성과를 조기 달성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로 풀이된다.

두 번째 뉴스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받았다는 서한이다. 지난 13일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배 부총리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한미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 이행을 촉구했다. 지난해 11월 13일 한미 정상 간 안보·무역 분야에 대해 합의한 내용을 진전시키자는 얘기다. 팩트시트에는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 지도 서비스 분야다.

같은 날 뜬 이 두 가지 뉴스에 대해 일각에선 이를 뭉뚱그려 '쿠팡 로비효과'라는 재료로 활용했다. 통상적 현안이 특정 기업 로비에 의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전환됐다는 주장은 여과 없이 받아들여선 안 된다. 정치적 상상력은 자유지만, 정책 판단은 냉정한 근거 위에서만 의미를 가져야 한다. 특히 배 부총리가 받은 서한에 대해 청와대도 "디지털 이슈 관련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말라는 내용"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로비행위 자체에 대한 인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의 로비는 기업들이 정책 결정권자나 실무자에게 접근해 설명할 수 있는 합법적 행위로 '뇌물 공여' 같은 음성적 행위와는 다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미국 로비에 진심이다. 이들 역시 한 해 수백만달러를 투입한다. 트럼프 정권의 관세압박이 본격화된 2025년을 전후해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은 미국 내 로비활동을 강화했다. 쿠팡은 지난 한 해 미국 로비에 약 227만달러를 썼다. 오히려 2024년과 비교하면 약 30% 줄어든 금액이다. 다른 업체들이 로비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는 점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쿠팡의 로비활동은 유독 정보유출 위기를 탈피하기 위한 정치적 탈출구처럼 해석되며 빈축을 샀다.

로비효과설이 부풀려질수록 추후 정부 조사 결과에 대한 무결성이 훼손될까 우려된다.
같은 조사 결과를 두고도 누군가는 또다시 '쿠팡 로비효과'를 거론하며 의혹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 정부의 통상압력과 팩트시트 이행 촉구 등의 쟁점 사안을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살피기 바란다. 그래야 추후 쿠팡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신뢰도에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있다.

ks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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