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 포장하고 고로 청소까지… 로봇, 제철 현장 누빈다
파이낸셜뉴스
2026.01.29 18:17
수정 : 2026.01.29 18:17기사원문
로봇 테스트베드 된 포스코 제철소
고위험 현장에 사람 대신에 투입
현장 활용 로봇 테스트 작업 한창
포스코, 유망 로봇기업 발굴·투자
벤처펀드 조성해 생태계 구축나서
휴머노이드 등 차세대 기술 확보
【파이낸셜뉴스 경북 포항=박신영 기자】 지난 29일 찾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포스코홀딩스와 뉴로메카의 코랩(공동연구실). 문을 열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여러 로봇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곳에서는 제철소 현장에서 활용될 로봇들의 테스트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광경은 로봇 3개가 협업해 작업이 이뤄지는 '측판 및 내주링 부착 자동화 로봇'이었다.
김진훈 포스코홀딩스 신사업투자실 팀장은 "코일 포장은 중량이 큰 강판 코일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공정인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금속 분진과 포장지에서 나오는 먼지가 호흡기에 좋지 않은 데다 고중량의 코일 근처에서 작업하는 것 역시 사고 위험이 있다"며 "적용된 로봇 기술은 '비전 센서'와 '다관절 로봇 전용 툴'이 결합된 형태로, 작업자를 보호하는 안전의 가치와 포장 품질을 높이는 '공정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코랩에서 시험 가동 중인 '전기강판 시험편 가공 로봇 자동화'는 올 하반기에 제철소 설치가 확정된 로봇이다. 전기강판 시험편 절단 작업의 경우 샘플에 붙어 있는 데이터를 작업자가 육안으로 확인해 수행하다 보니 휴먼 에러(인간의 신체적·정신적 불완전함 때문에 발생하는 실수)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해소해 주는 로봇이다.
■CVC 펀드로 쏘아 올린 로봇 생태계
이처럼 포스코그룹이 로봇을 매개로 제조 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포스코의 전략은 유망 로봇 기업과 지분 투자를 통해 기술을 공유하고 함께 완성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와 각 사업회사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펀드를 조성해 기술력 있는 로봇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그룹의 거대 생산 현장을 오픈 이노베이션의 장으로 개방하고, 이를 통해 검증된 기술을 다시 그룹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선순환 생태계'가 포스코 로봇 전략의 핵심이다.
현재 포스코는 벤처 펀드를 통해 약 20여 개의 로봇 기업을 밀착 모니터링하며 전략적 협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는 로봇 기업에게는 확실한 수요처를, 포스코에게는 맞춤형 기술을 제공하는 '윈윈(Win-Win)' 모델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전략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협동 로봇 전문기업 '뉴로메카'다. 포스코홀딩스는 CVC 2호 펀드 출범 후 2024년 12월 뉴로메카에 100억 원을 투자하며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제철소 내 고위험·고강도 수작업 공정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뉴로메카는 포스코와의 협업을 통해 기술력을 검증받았고, 투자 1년 만에 제철소 현장의 특수한 환경에 맞춘 로봇 자동화 솔루션이 안착하면서 양사의 협력은 단순한 납품 관계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진화했다.
■휴머노이드부터 특수 로봇까지 전방위 기술 동맹
포스코의 로봇 투자는 휴머노이드, 물류, 건설, 특수 목적 로봇 등 전 분야를 망라한다. 포스코DX와 기술투자가 운용하는 CVC 펀드는 미국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페르소나 AI(Persona AI)'에 투자하며 차세대 로봇 기술 확보에 나섰다. 포스코DX와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글로벌 로봇 기업 '한국야스카와전기'와 3자 업무협약을 맺고 구동 모터 코어 공장 등의 생산 라인 무인화를 추진 중이다. AI 물류 로봇 솔루션 기업 '다임리서치'의 기술은 광양제철소 풀필먼트 센터(Fulfillment Center)에 적용됐다. 제조업 최초로 구축된 이 풀필먼트 센터는 다임리서치의 AI 군집 제어 기술을 통해 자재 조달과 물류 이동을 최적화했다.
유압 로봇 기술을 보유한 '케이엔알시스템'과는 고열의 쇳물이 흐르는 고로의 노즐을 청소하는 '고로 지금(地金) 제거 로봇'을 공동 개발했다. 위험한 작업을 로봇이 대신함으로써 작업자의 안전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padet80@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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