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우리가 기적이 되기까지, 뮤지컬 ‘긴긴밤’

파이낸셜뉴스       2026.01.31 10:00   수정 : 2026.01.31 10:00기사원문
[베스트셀러 동화 원작 뮤지컬 '긴긴밤' 재연]
세상에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와 어린 펭귄의 여정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가슴 따뜻한 뮤지컬



[파이낸셜뉴스] "나는 펭귄이다. 나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내 아버지들이 가르쳐 줬으니까."


'라이온킹'이나 '라이프 오브 파이'처럼 화려한 가면이나 퍼펫은 없다. 그러나 무대 위에는 적막한 밤을 가로지르는 한 마리의 펭귄 소녀와 한 마리의 나이 든 흰바위코뿔소가 있고, 코끼리들과 또 다른 펭귄들이 있으며 좋은 인간과 나쁜 인간도 있다. 객석에 앉은 우리는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긴긴밤'을 함께 헤쳐나간다.

서점가에서 '어른들을 울린 동화'로 불리며 수많은 독자의 인생 책으로 등극한 루리 작가의 '긴긴밤'이 2026년 1월,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긴긴밤'은 50만부 이상 팔린 동명의 베스트셀러 동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2024년 초연과 2025년 앵콜 공연 당시 뜨거운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세상에 하나 남은 코뿔소와 버려진 알의 동행


'긴긴밤'은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수컷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그가 맡아 키우게 된 '버려진 펭귄알'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종(種)도 다르고, 생김새와 나이도 너무나 다른 둘이지만 이들은 지구상에 단 둘뿐인 가족이다. 물론 이들이 가족이 된 데에는 깊은 사연이 있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란 코뿔소 노든은 코끼리와 다른 자신의 생김새를 깨닫고 동족을 찾아 세상에 나왔다가 여러 일을 겪게 된다. 그러다 동물원에 들어와 자신과 같은 동족 '앙가부'를 만나 길고 긴 밤을 버티는 방법을 배우고,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펭귄 '치쿠'와 함께 동물원을 탈출했다가 그가 키우던 알을 맡아 함께 하게 된다. 당연히 알을 깨고 나온 어린 펭귄에게 노든은 아빠이자 친구, 그리고 세상의 전부다.

노든 역의 강정우는 '긴긴밤'에 대해 본지에 "흰바위코뿔소와 아기펭귄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긴긴밤을 버텨 내는 기적같은 이야기"라고 정의하며 "동물들의 사랑과 우정을 다루는 작품이라 모든 인간분들에게 추천한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뮤지컬 '긴긴밤'은 '이들이 세상 끝 바다를 향해 가는 여정 그 자체가 전하는 묵직한 울림만으로 추천할 만한 극이다.

두려움 없는 밤은 없지만, 함께라면 괜찮아


'긴긴밤'은 고통과 두려움의 시간을 상징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긴긴밤'을 함께 할 이가 곁에 있다면 얼마든지 버텨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긴긴밤'은 그 어둠을 피하라고 말하는 대신 "두려운 건 당연한 거야. 하지만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해준다. 노든이 펭귄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아이들은 물론, 이미 세상에 지쳐 이토록 '긴긴밤'을 두려워하게 된 어른들에게도 다정한 응원으로 다가온다.

원작의 따스함을 서정적인 음악과 조명으로 구현해낸 무대도 인상적이다.결코 화려하진 않지만, 조명에 따라 강이 되기도 하고 동물원의 좁은 방이 되거나 바다가 되기도 하는 무대는 관객들의 상상력을 극대화시킨다. 특히 배우들의 열연과 아기자기한 소품, 그리고 동화책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연출이 깊은 울림을 준다. 어린이 뮤지컬은 아니지만, 어른만을 위한 뮤지컬도 아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어나가는 동화책처럼, 뮤지컬 '긴긴밤' 역시 아이들과 어른이 마음으로 공명하며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이다. 공연장 로비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연을 보러 온 가족들로 붐비는 까닭이다.



"이젠 너의 바다를 찾아가" 아름다운 이별의 수업


'긴긴밤'의 백미는 노든과 펭귄이 맞이하는 이별의 순간이다. 바다를 찾아 떠난 여정의 끝에서 노든은 펭귄을 자신의 곁에 두는 대신 저 멀리, 파란 지평선 너머로 떠나보낸다. 그의 어린 펭귄이 자신만의 세상을 찾아갈 수 있도록, 노든은 조용히 펭귄에게 속삭인다. 자신이 만난 기적이 바로 펭귄, 너라고. 그리고 객석의 우리는 그들이 함께 견뎌온 긴긴밤이 결코 사라지지 않고 기억 속에 남아, 앞으로 살아갈 힘이 되어줄 것임을 깨닫는다. 춥고 긴 겨울, 또다른 '긴긴밤'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 역시 함께 버텨낼 수 있다면 괜찮을 거라는 따뜻한 응원과 함께.

실력파 배우들의 열연은 가슴 뭉클한 서사를 완성하는 또다른 힘이다. 세상에 마지막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 역에는 초연과 앵콜 공연을 통해 "노든 그 자체"라는 찬사를 받았던 홍우진, 강정우, 이형훈이 함께 해 더욱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펭귄' 역에는 뮤지컬 '마틸다' 출신으로 초연부터 이 역할을 맡았던 설가은을 비롯해 최은영, 임하윤, 최주은이 열연한다. '앙가부'와 펭귄 '윔보' 역을 맡은 박근식, 도유현과 '치쿠' 역의 유동훈, 이규학은 감초 같은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뮤지컬 '긴긴밤'은 3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1관에서 공연된다.

"요즘 어떤 공연이 볼 만하지?" 공연 덕후 기자가 매주 주말, 공연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눕니다. 쏟아지는 작품의 홍수 속에서 어떤 작품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관객들을 위해, 기자가 직접 보고 엄선한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당신의 주말을 채워줄 즐거운 문화생활 꿀팁, [주말엔 공연 한 잔]과 함께 하세요.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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