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제국주의 맞설 생존법

파이낸셜뉴스       2026.02.01 18:39   수정 : 2026.02.01 18:39기사원문

"미국 제국주의가 돌아왔다."

프랑스 르몽드는 지난달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 직후 사설에서 열강이 위력으로 약소국을 지배하는 제국주의가 부활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등 여러 곳의 외신에서도 비슷한 논평이 쏟아졌다.

냉전 이후 최소한 명목상으로나마 존재하던 국제법은 힘의 논리에 묻혀버렸다. 이미 유럽은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제국주의의 부활을 경고했다. 지구촌의 시계가 냉전으로 돌아가더니 이제는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19세기 격동의 시대에도 조선과 달리 살아남은 약소국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국가가 태국이다. 북서쪽과 남쪽에서 약진하는 영국, 동쪽에서 진격하는 프랑스에 낀 태국은 1885~1909년까지 양국에 기존 영토의 절반, 한반도보다 넓은 땅을 내어주었다. 동시에 두 열강 사이에서 '완충지대'를 자처했다. 지는 싸움을 피하면서 이권을 넘기는 사례는 조선을 비롯해 결국 식민지가 되었던 여러 국가들이 대부분 겪었던 수순이다. 그러나 태국은 열강의 자비에 의존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행동했다. 10대부터 외국을 돌며 견문을 쌓았던 당시 태국 국왕 라마 5세는 1897년에 직접 유럽 순방에 나서 영국의 최대 적국이었던 러시아, 프랑스의 숙적이었던 독일을 찾아 각국 황제들과 협력을 논의했다. 영국·프랑스가 아시아 변방에서 힘을 낭비하지 않고 원래 주적들에 집중하도록 관심을 돌린 것이다. 줄 건 주더라도 외교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이기도 했다. 근대화를 서두른 태국은 1917년 연합군에 가담해 자국과 상관없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등 서구 열강들에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평화는 말로만 유지되지 않는다. 식민지배를 피한 또 다른 국가인 에티오피아는 열강의 압박이 거세지자 근대화와 함께 유럽의 신식 무기를 대량으로 사들여 군대를 키웠다. 에티오피아는 1896년 아두와 전투에서 유럽 무기로 이탈리아 원정군을 대파하면서 열강들에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오랜 동맹들은 트럼프 2기를 맞아 머리를 싸매고 있다.
여태껏 당연하다고 여겼던 국제질서가 최근 십수 년 동안 계속 흔들리는 마당에 해묵은 문서와 조약들이 힘을 쓸지 의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열강들의 거래에서 배제되지 않고, 실력을 갖춰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 먼지 앉은 약속에 관심 없는 트럼프에게 우리가 내밀 수 있는 '협상 카드'는 무엇일까?

pjw@fnnews.com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