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아덴 조 "배우 은퇴 결심 후 만난 '케데헌'...이젠 배우 겸 제작자"
파이낸셜뉴스
2026.02.03 20:28
수정 : 2026.02.03 20:28기사원문
1월30일 한국에서 라운드 인터뷰
[파이낸셜뉴스] 배우 아덴 조에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배우로서의 초심을 되찾게 해준 작품이다. 20년 넘게 연기 활동을 이어오며 번아웃을 겪고 한때 은퇴까지 고민했지만, 루미의 목소리를 연기하며 초심을 되찾았다.
‘케데헌’에서 가수 겸 작곡가 이재가 루미의 노래를 가창했다면, 아덴 조는 루미의 목소리 연기자로 활약했다.
배우 은퇴 결심 후 만난 '케데헌'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지난 2004년 시카고 진으로 선발돼 미스코리아 후보로 서울을 방문하면서다. 그는 “모델과 배우의 꿈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한국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다”며 “언젠가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어 공부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한국어로 진행됐고, 일부 표현은 통역의 도움을 받았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텍사스와 미네소타, 일리노이를 오가며 자랐고, 학교에서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적도 많았다. 차별과 고립의 기억은 오랫동안 그를 따라다녔다. 동양인 배우로서 활동하며 한계를 실감한 순간도 많다.
MTV 드라마 ‘틴 울프’(2013-2016)에서 키라 유키무라 역으로 얼굴을 알렸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트너 트랙’(2022)에서 단독 주연을 맡아 한국계 미국인 여성 변호사의 이야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파트너 트랙’의 속편 제작이 무산되면서 배우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는 “어느 순간 ‘내 타임은 지나간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그런 아덴 조에게 다시 배우로서의 전환점을 안긴 작품이 바로 ‘케데헌’이었다. 에이전트의 권유로 작품을 접했는데, 한국계 여성 감독 메기 강이 연출을 맡았다는 사실이 마음을 움직였다. 원래는 헌트릭스 매니저 셀린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최종적으로 루미 역을 맡게 됐다.
루미는 헌트릭스의 리더이자 메인 보컬로, 완벽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인물이다. 아덴 조는 “루미는 책임감의 무게를 짊어진 캐릭터”라며 “완벽하려는 강박, 스스로를 끊임없이 밀어붙이는 모습이 저와 닮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첫 성오 도전에 나섰던 그는 멋지고 쿨한 리더의 모습과 멤버들 앞에서 드러나는 귀엽고 인간적인 면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해피 팬’ ‘해피 혼문’과 같은 텐션이 높은 대사를 하고 멤버들과 티키타카를 하는 장면은 쉽지 않았다”며 “특히 헤어나 메이크업, 의상 등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나인채로 녹음실에서 그걸 하려니 처음엔 정말 창피했다”고 돌이켰다. 게다가 녹음실에서는 영화 속 상황과 달리 두 멤버가 없었고, 메기 강 감독 등이 대신 상대 역을 해줬다.
처음 해본 목소리 연기를 위해 그는 음악의 힘을 빌렸다. “내가 제일 잘나가’ ‘라이크 제니’ ‘피땀눈물’등 2NE1, 블랙핑크, BTS의 노래를 반복해 들으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다”고 부연했다. 그렇게 완성된 루미의 목소리는 단순한 연기를 넘어,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는 “왜 연기를 시작했는지를 다시 떠올렸다”며 “고 “나도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배우에서 제작자로.."2030대에게 기회 주고파"
‘케데헌'은 자신이 지금도 즐겨듣는 K팝을 소재로 북미에서 자란 한국계 창작가가 함께 만든 작품이라는 점이 특히나 특별했다. 작품 흥행 후 만나게 된 동료 배우·가수들과 “서로 오래 알지 않았는데도 설명하지 않아도 통하는 감정이 있었다”며 “책임
감과 배려, 서로를 챙기는 정서가 자연스럽게 공유됐고, 그 점이 매우 한국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아덴 조에게 한국 문화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김밥, 떡볶이, 냉면부터 보쌈과 족발까지 한국 음식을 사랑하고, 핑클과 S.E.S.로 시작해 BTS와 블랙핑크, 화사와 하츠투하츠까지 K팝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한복에 대한 애정도 깊다. 미국 시상식에서 한복을 입고 참석한 적도 있다.
그는 “기모노나 치파오는 알아도 한복은 잘 모른다”며 “언젠가는 사극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19세기 영국 사교계를 배경으로 세계적 인기를 끈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에 한국계 배우들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덴 조는 동양인 여성 주인공의 할리우드 내 위상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분명 변화가 오기를 바란다”면서도 “아직 체감할 만큼 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에서는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그는 한국에서의 관심과 인터뷰 요청이 “부끄러울 만큼 고맙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교포 배우들이 그렇듯, 한국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은 늘 마음 한편에 자리해 있었다.
요즘 그는 제작자로서의 길도 함께 걷고 있다. 동양인, 특히 20~30대 여성 배우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직접 만들기 위해서다. 데뷔를 앞둔 K팝 걸그룹 연습생들의 경쟁을 그린 영화 ‘퍼펙트 걸’은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아덴 조는 “내가 받지 못했던 기회를 다음 세대에는 주고 싶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동양계 제작자와 창작자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바란 그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결국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작진 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케데헌'의 성공과 인기. '케더헌'은 K컬처에 대한 전세계의 인식뿐 아니라 아덴 조의 인생도 바꾸고 있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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