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를 보는 높아진 기준, "기술 넘어 숫자로 증명하라"
파이낸셜뉴스
2026.02.03 15:11
수정 : 2026.02.03 15:11기사원문
잘 나가던 기업, 증시 훈풍 속 주가 '급락'
기술 기대감을 넘어 상업화로 잣대 이동
K바이오 질적 성장 만큼 시장의 눈 높아져
[파이낸셜뉴스] 국내 바이오 산업의 간판 주자인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루닛이 최근 국내 증시 상승 흐름 속에서도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K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적 성과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는 이제 “얼마에 기술을 이전했느냐”라는 이벤트성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얼마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라는 구조적 질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루닛은 최근 코스닥 지수가 1100선을 돌파하는 강세장 속에서도 하루 만에 주가가 20% 가까이 급락하는 등 뚜렷한 조정을 겪었다. 알테오젠은 지난달 21일 전일 대비 20% 이상 하락했고, 에이비엘바이오와 루닛 역시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 주가 하락폭이 20%에 육박했다.
특히 알테오젠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 변동성을 겪으며 바이오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 기준이 얼마나 정교해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시장은 그동안 알테오젠의 MSD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전환에 따른 로열티를 관행적으로 4~5% 수준으로 추정해 주가에 선반영해왔다. 그러나 실제 확인된 ‘약 2%’라는 수치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기업 가치를 다시 계산하게 만들었다.
이는 기술의 독창성 못지않게 협상력을 기반으로 한 수익 배분 구조가 기업 가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제 시장은 막연한 로열티 기대치가 아니라, 상업화 이후 발생하는 실질적인 현금 유입(Cash-in) 규모를 기준으로 바이오 기업을 평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사례는 기술 이전 이후에도 지속되는 불확실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글로벌 파트너사 사노피가 내부 전략에 따라 파이프라인 우선순위를 조정하자, 주가는 즉각 반응했다. 이는 국내 바이오텍이 글로벌 빅파마의 전략적 결정에 얼마나 민감할 수밖에 없는지를 드러낸 장면이다.
다만 시장의 시선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특정 파이프라인의 지연이 기업 전체의 위기인지, 아니면 플랫폼 기술 확장을 위한 과정인지를 구분해 보려는 움직임이다.
에이비엘바이오가 후속 이중항체 ADC 후보물질 ABL209의 임상을 자회사를 통해 직접 주도하기로 한 결정은, 파트너사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임상 역량을 입증해야만 주가 방어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투자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 AI 선두주자인 루닛이 최근 직면한 상황 역시 ‘이익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루닛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볼파라' 인수 과정에서 발행한 전환사채(CB) 상환 부담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선택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성장 스토리는 화려하지만, 언제까지 주주의 자금으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AI 기술력에 대한 기대 위에 재무적 자생력이라는 보다 엄격한 잣대가 더해진 셈이다.
루닛은 지난 2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CB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실적과 주가 모두에 지속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증자를 통해 재무 구조를 정비하고 연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것은 바이오 산업이 그만큼 질적으로 성숙했다는 의미”라며 “상당한 수준의 기술적 완성도를 갖춘 바이오 기업이라면, 이제는 확정적인 수익 창출 구조가 필수적으로 요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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