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와 바가지 요금
파이낸셜뉴스
2026.02.02 18:31
수정 : 2026.02.02 19:35기사원문
그러자 호텔들도 일제히 가격인상에 나선 것이다. 평소 9만원대 객실이 90만원까지 급등했고, 가장 비싼 숙소는 400만원까지 책정됐다. 심지어 숙박을 진행한 고객에게 취소해달라고 요구한 호텔도 있어 SNS에서 팬들의 공분을 샀다. 이 수법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가격조정이 아니라 소비자를 기만하는 '한탕주의' 장사에 가깝다.
하지만 부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BTS 콘서트 때도 숙박요금이 최대 30배까지 오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개선책 없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에도 부산시가 신고센터 운영과 합동점검으로 뒤늦게 수습에 나선 바 있다. 불과 4년 전 일인데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본 팬들은 김해, 창원, 울산 등 인근 지역에서 숙박 후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우회전략'을 서로 공유했다. 올해 BTS 콘서트는 멤버들이 전부 군 복무를 마치고 4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오기에 의미가 크다. 특히 부산콘서트는 멤버 지민과 정국의 고향이자 데뷔일인 13일과 겹친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가장 큰 문제는 법적 한계다. 물가안정법, 소비자기본법, 공정거래법 모두 숙박요금 인상 자체를 직접 제재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 숙박업은 자율요금제로 운영되므로 업체가 원하는 대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결국 정부와 지자체가 실제로 단속할 수 있는 것은 가격 자체가 아니라 '불공정 행위'다. 허위광고, 예약 취소 후 재판매, 이중 요금 표시, 불공정약관 사용 등을 잡아내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실제 해외에서도 이런 사례들은 많다. 파리올림픽 때도 숙박비가 2~4배 올랐고, 미국은 슈퍼볼 기간 호텔비가 5~10배 뛰기도 한다. 하지만 부산처럼 논란이 되진 않았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공공숙소나 대체숙박 인프라가 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같은 배수로 가격이 올라도 체감 부담은 훨씬 크다. 중저가 숙소가 일제히 급등하고 선택지가 사라지면 '갈 곳이 없다'는 절망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따라서 해외 사례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첫째, 공공숙박을 '완충장치'로 활용하는 모델이다. 독일과 영국은 대형 행사 때 대학 기숙사, 공공 연수시설, 지방정부 생활관을 한시적으로 개방한다. 이 대안이 있는 것만으로도 민간 숙소 요금의 급등은 완화된다.
둘째, 숙소의 일부만이라도 고정된 가격으로 선점하는 것이다. 일본과 프랑스는 올림픽을 앞두고 주요 호텔과 협약을 맺어 일정 객실을 고정가로 확보했다. 전체 시장을 통제하지는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수요를 선제적으로 흡수하는 방식이다. BTS와 같은 메가 이벤트는 지역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부산 공연만으로도 약 372억원의 경제효과가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K컬처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시기다. 전 세계 팬들이 한국을 찾아와 한류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려 할 때 단기수익에만 급급한 바가지요금은 오히려 한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 팬들이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는 한류 성지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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