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착시 벗어나 체감물가 챙기는 게 민생 돌보기

파이낸셜뉴스       2026.02.03 18:35   수정 : 2026.02.03 18:35기사원문
1월 소비자물가 최저치라고 하나
서민들이 느끼는 생활물가는 달라

1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올랐다고 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했다. 5개월 만에 최저치라고 하는데, 지금 물가가 낮다고 생각할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엥겔지수가 높은, 즉 소득의 많은 부분을 식료품 구입에 쓰는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더 높다.

실제로 세부 항목별로 보면 먹을거리 값이 많이 올랐다. 쌀 18.3%, 라면 8.2%, 사과 10.8%, 수입소고기 7.2%, 고등어 11.7%, 조기 21% 등 서민이 많이 먹는 식재료 가격이 급등했다. 이러니 5만원을 들고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무엇을 사려고 해도 살 게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사실 1970년대에 쌀값이 요즘처럼 오른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밥을 굶는 인구가 거의 없다고 할 만큼 기본 주식인 쌀 가격에 대한 관심은 줄었다. 쌀 대신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빵 등 다른 음식들이 있기도 하다. 정부도 벼를 재배하는 농가를 의식해서인지 쌀값 급등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하지만 장바구니물가를 물가 그 자체로 인식하는 도시 서민들의 처지는 다를 수 있다. 먹을 것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생활은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먹고 마시는 비용이 많이 들면 다른 데 쓸 돈이 적어져 여가 생활, 문화 생활은 꿈도 꾸지 못한다. 특히 소득이 낮은 고령층은 체감물가 상승의 타격을 고스란히 받을 것이다.

최하위 계층만이 아니라 중산층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공동주택관리비는 3.9% 올랐고, 사립대 납입금은 5.3% 상승했다. 외래진료비는 2.0%, 개인 보험서비스료는 15.3%나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물가가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정부 발표를 신뢰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정부가 주목해야 할 물가는 전체 수치보다는 체감물가, 즉 식료품을 중심으로 한 서민들이 현실적으로 느끼는 물가다. 평균 수치의 착시에 빠져서 체감물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민들은 집값 급등을 남의 나라 말처럼 여긴다. 서민들은 집값에서는 심리적 충격을 느끼지만, 장바구니물가에서 현실적 타격을 받는다.

수십억원짜리 집에 사는 고소득층에게는 쌀값, 고등어값이 10%, 20%로 올라도 대수롭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민은 물론 중산층까지도 생활물가, 식료품값 앙등은 생계난, 생활고로 직결될 수 있다. 정부나 정치권이 챙겨야 할 민생은 부자가 아닌 서민의 삶이다. 그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늘 관심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물가는 시장에서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생필품·식료품 가격이 크게 오르는 원인을 찾아 불합리한 구조가 있다면 정책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독과점 문제 때문일 수도 있고, 유통구조 탓일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생리대 가격을 말한 것은 하나의 사례일 것이다.

바가지 상혼도 소비자를 울린다. 이런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주시하면서 풀어나가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거창하고 형식적인 물가대책회의를 거듭하면서도 현장에서 뛰지 않으면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쌀값부터 이제 더 방치할 상황이 아니다. 농민보다 도시 서민을 우선시할 때가 됐다. 쌀값이 올라 굶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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