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만 참으면 대박"...찐 투자자는 아파트 대신 이것 찾는다
파이낸셜뉴스
2026.02.05 06:00
수정 : 2026.02.05 06:00기사원문
지난해 서울 경매 낙찰 7543건
1위는 연립·다세대, 아파트 2위
"인기 높아지며 낙찰가율도 높아"
낙찰가 49억, 한남 사업성 반영
잠실 빌라 경매엔 103명 응찰
실거주·갈아타기 수요 경매로
■ 서울 경매 낙찰건수, 3년만 3배 성장
4일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경매 낙찰건수는 7543건으로 2006년 1만2055건 이후 가장 많았다. 경매 시장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한 2024년(6284건)보다도 20% 높으며, 3년 전(2686건)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낙찰건수가 7000건을 넘어선 것도 20년 만이다.
지역별로 보면 강서구 지역 낙찰건수가 1797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인들의 수요가 높은 구로구가 536건, 금천구 492건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 경매 시장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일반 매매시장 대비 규제가 약하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경우 현재 서울 내에서 매매를 하기 위해서는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경매 낙찰 물건은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 경매로 낙찰된 아파트에는 실거주를 의무가 없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아파트뿐 아니다. 최근에는 서울 재건축·재개발 도시정비사업 인근 주택 형태로 나오는 물건도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나온 물건은 낙찰자도 조합원 권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낙찰건수 1위를 차지한 물건용도는 연립·다세대주택(3913건)이다. 아파트 낙찰건수는 1271건으로 오피스텔(1205건)을 소폭 앞섰다. 경매 업계 관계자는 "일반 매매와 달리 돈의 출처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또 다른 매력 요소"라며 "경매건수도 많지만,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된 물건들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경매나 공매에서 물건의 감정가 또는 시작가 대비 실제로 낙찰된 가격의 비율)은 모두 100%를 넘어섰다.
■ 철거 중인 주택이 49억원에 낙찰
최근 경매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 수요가 빌라(연립·다세대주택) 등 비(非)아파트로 옮겨 붙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의 현재 가치보다는 향후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로 탈바꿈 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높은 낙찰가가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 적용되는 고강도 규제를 피해 '똘똘한 미래 가치'에 자본을 투입하는 양상이다.
2023년 6월 관리처분계획인가 시 권리가액이 약 15억9058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피'(P·프리미엄)는 약 33억4042만원에 달한다. 법원에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는 확인도 마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신축아파트 전용 119㎡를 배정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물건의 위치를 살펴보면 한남3구역 내에서도 한강변에 가까워 특히 높은 가치가 예상된다. 30억원을 넘어선 프리미엄에는 2029년 준공 등 빠른 속도에 대한 기대감과 사업성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지난달에는 송파구 잠실동의 한 빌라에 무려 103명이 도전장을 내기도 했다. 잠실동 327-16(잠실본동)의 빌라 전용 77㎡가 1월 26일 9억1300만원에 낙찰된 것으로, 낙찰가율은 135%다. 이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모아타운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데 최근 인근 빌라 시세도 상승세다. 전용 63㎡가 8억원, 74㎡가 9억5000만원 등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 못지 않은 가격이 형성돼 있다.
송파구 삼전동 42-14의 전용 35㎡ 빌라도 지난달 19일 약 6억1399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는 3억6700만원으로 낙찰가율은 167%에 달한다. 최대규모 모아타운 사업을 추진 중인 입지에 속한 해당 매물에도 36명이 응찰해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 재건축 경매도 인기...다주택자엔 제한적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에서도 높은 낙찰가율에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2일 경매에 나온 서울 성동구 응봉동 '금호현대아파트' 전용 59㎡는 44명의 응찰자가 몰려 15억3619만9999원(낙찰가율 165%)에 낙찰됐다. 최저매각가인 9억3000만원보다 6억원 이상 높다. 이는 동일 단지 신고가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같은 평형이 15억2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이 단지는 오는 3월 신속통합기획 접수를 계획 중이다.
이는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서울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돼 갭투자 금지 등 제약이 생기면서, 수요자들이 규제 사각지대인 경매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매매 시장이 다소 얼어붙으면서 당장의 가치보다는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본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등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다주택자들의 경매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다주택자들은 보유 중인 주택을 처분하며 '똘똘한 한 채' 경매에 나서고, 1주택자 역시 다중 소유가 아닌 갈아타기용, 실거주용으로 고려해 주택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전민경 최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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