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받으면 왜 배부터 아플까?
파이낸셜뉴스
2026.02.14 07:00
수정 : 2026.02.14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위와 장이 제2의 뇌라는 사실을 실제로 체감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금만 신경 쓸 일이 생기면 구토를 하거나, 소화가 안 되고 설사나 변비, 복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2000년 이후로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즉, 위와 장이 먼저 스트레스를 받아 구토나 설사 등을 하고 이후 뇌가 그 신호를 전달받는다는 것이다. 혹은 뇌와 위와 장에서 동시에 스트레스를 받고 서로 신호를 전달할 수도 있다.
과민대장증후군은 위장관의 세로토닌 수치와도 관련이 있다. 위와 장에서 세로토닌의 역할은 위장관을 수축시켜 장의 연동운동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스트레스로 복부 두뇌의 신경세포가 과도한 자극을 받으면 세로토닌이 너무 적게 분비되거나 많이 분비될 수 있다.
세로토닌 수치가 너무 낮으면 연동운동이 부족해서 변비를 일으키고, 너무 높으면 연동운동이 너무 격해져서 설사와 복통이 일어나게 된다.
이에 착안하여 개발된 약이 있다. 세로토닌 수용체의 활동을 억제하여 위장관의 세로토닌 수치를 낮추는 약이다. ‘라모세트론염산염’ 이 주성분으로 원래는 암 환자들이 겪는 구토 증상을 완화하는 데에 쓰였는데 저용량으로 복용하면 설사형 과민대장증후군에 꽤 도움이 된다.
그런데 스트레스로 복부 두뇌에서 세로토닌이 균형을 잃을 때 뇌에서는 오히려 세로토닌이 감소한다. 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세로토닌 분비를 줄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과민대장증후군 환자들이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우울증이다. 2023년 미국 미주리 의과대학 연구팀이 미국 전역에서 과민대장증후군 치료를 받은 환자 120여만 명의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38%가 불안장애를 함께 앓았고 27%가 우울증을 함께 겪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은 일반 성인이 불안장애나 우울증을 겪을 확률의 2배 이상이다.
이란 바볼 의과대학팀이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이들은 전세계에서 발표된 과민대장증후군과 정신질환 관련 논문 총 73건을 분석했는데 과민대장증후군 환자 중 불안증세가 약간 있는 경우는 39%, 심한 경우는 23%에 달했고, 우울증이 약간 있는 경우는 약 29%, 심한 경우는 23%에 달했다.
이는 건강한 성인 인구에게서 나타나는 발병률의 3배에 이르는 수치라고 한다. 만약 우울증과 과민대장증후군을 함께 앓고 있다면 약물을 처방 받을 때 의사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우울증에 처방하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가 과민대장증후군을 악화시킬 수 있고, 또 과민대장증후군에 처방하는 라모세트론염산염을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와 함께 복용하면 세로토닌 증후군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신경정신과와 대장항문과를 연계하여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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