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대신 신뢰를 선택한 주주들, 파두 주주들이 보여준 아름다운 자본주의의 본질
파이낸셜뉴스
2026.02.07 09:00
수정 : 2026.02.07 09: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매년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되면 여의도와 강남 일대의 기업 회의실은 성토의 장으로 변한다. 주가 하락에 분노한 주주들의 고성과 경영진의 굳은 표정은 한국 자본주의의 익숙한 풍경이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이익이 침해받을 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주주의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최근 우리는 이 익숙한 문법을 파괴하는 낯설고도 경이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바로 대한민국 대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파두(FADU)’의 이야기다.
보통 기업이 상장 폐지 기로에 서거나 실적 부진으로 도마 위에 오르면, 주주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하거나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파두 역시 한때 ‘뻥튀기 상장’이라는 가혹한 오명에 시달렸다. 상장 당시 내걸었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실제 매출이 공백기에 가까웠던 사실이 드러나며 시장의 냉혹한 매를 맞은 것이다.
하지만 이때 파두의 주주들이 보여준 행보는 이례적이었다. 그들은 경영진을 향해 돌을 던지는 대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고, 한국거래소를 향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달라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는 단순한 ‘존버(버티기)’가 아니었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적 자산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잠재력을 철저히 분석한 끝에 내린 ‘전략적 신뢰’였다.
“회사가 어려울 때 주주가 등을 돌리면 기술은 사장된다. 우리는 파두의 설계 능력이 세계 시장에서 통할 것임을 믿었다.” (당시 한 소액주주의 목소리)
> ‘뻥튀기’ 논란을 ‘실적’으로 잠재우다
주주의 믿음이 맹목적인 신앙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업은 결과로 답해야 한다. 파두는 주주들의 신뢰를 동력 삼아 실력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파두의 주력 제품인 데이터센터용 SSD 컨트롤러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며 독보적인 아키텍처를 입증했다. 과거의 매출 공백이 글로벌 IT 경기 침체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음을 증명하듯, 파두는 수주 물량을 회복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쌓아갔다.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한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설계 능력만으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파두는 상장 폐지 위기를 벗어났고, 시장은 이를 ‘상장 사기’가 아닌 ‘성장통’으로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이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꿰뚫어 본 주주들의 혜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본주의의 새로운 패러다임: ‘아름다운 동행’
우리는 흔히 자본주의를 ‘차갑고 이기적인 돈의 흐름’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파두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진정한 의미의 자본주의는 단순히 숫자를 쫓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사람에 투자하고 그 결실이 맺힐 때까지 함께 인내하는 ‘동행’에 있다는 것이다.
주주들이 경영진을 질타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기업의 비전을 공유하고 위기의 순간 방패가 되어주는 것은 고도의 지성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파두의 사례는 주주와 경영진이 대립 관계가 아닌, 하나의 배를 탄 공동 운명체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 대한민국 반도체의 미래를 묻다
파두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뛰어난 설계 능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그들을 믿어준 ‘성숙한 투자 문화’ 덕분이기도 하다. 비난과 고함이 가득한 주총장 대신 응원과 격려가 오가는 문화가 정착될 때, 대한민국에서도 제2, 제3의 엔비디아가 탄생할 수 있다.
파두는 이제 개별 기업의 이름을 넘어, ‘신뢰가 만드는 자본주의의 기적’을 상징하게 되었다. 실적으로 실력을 증명한 파두와, 기다림으로 가치를 증명한 주주들. 이들의 만남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아름다운 자본주의’의 진면목이다.
박용후 / 관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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