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직장인, 10억 집 한채 더 사려면… 싱가포르 세금만 3억·영국 2억 육박
파이낸셜뉴스
2026.02.08 18:25
수정 : 2026.02.08 18:25기사원문
한국 취득세율 영국의 절반 밑도는 수준
팔 때 부과하는 양도세율 최고 80% 달해
글로벌 주요 대도시에서 평범한 자산가가 주택 한 채를 더 매수하는 것은 경제적 사투에 가깝다. 본지가 연봉 1억원 수준의 직장인이 다주택 규제가 있는 서울과 싱가포르, 런던에서 10억원 가액의 두번째 주택을 취득하고 3년간 보유하다 매각하는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도시별로 최대 5배 이상의 세 부담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대도시가 쌓아 올린 조세 성벽은 중산층의 다주택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가장 혹독한 곳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 조세국(IRAS) 지침에 따르면 현재 싱가포르 내국인이 2주택을 취득할 때 부과되는 추가구매자 인지세(ABSD)는 20%다. 여기에 매매가에 따라 최대 6%까지 가중되는 기본 인지세(BSD)를 합산하면, 10억원 주택 취득 시 약 2억4000만원의 현금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연봉 1억원의 직장인이 생활비를 한 푼도 쓰지 않고 2년 5개월을 꼬박 모아야 비로소 취득 관문에 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3년간의 보유세 부담까지 합치면 총비용은 연봉의 3배를 상회하는 구조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산층은 입구에서부터 돌아가라는 강력한 시장 신호다.
영국 런던 역시 다주택자의 진입 장벽이 만만치 않다. 2024년 10월부터 인상된 5%p 할증률이 적용된 런던의 다주택 인지세(SDLT)는 과세 구간별 누진제를 적용한다. 10억원(약 55만파운드) 주택 취득 시 실효세율은 약 12~13% 수준으로, 취득세로만 약 1억3000만원 안팎이 소요된다. 연봉의 1.3배가 넘는 목돈이 취득 단계에서 사라지는 셈이다. 런던 시나리오의 진정한 공포는 보유 단계에 있다. 5월 시행 예정인 임차인 권리법은 정당한 사유 없는 퇴거를 금지하고 임대료 인상을 엄격히 제한한다. 여기에 법인으로 우회하여 관리할 경우 부과되는 별도의 보유세까지 고려하면 임대 수익률은 연 1%대까지 떨어진다. 만약 매수자가 비거주 외국인이라면 2%의 할증세가 붙어 세 부담은 연봉 2년 치에 육박하게 된다.
그러나 매각 단계에 이르면 상황은 급변한다. 5월 9일부터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될 경우 최고 80%대에 육박하는 양도소득세율은 싱가포르(양도세 없음)나 영국(최대 24~28%)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한국의 규제가 '나가는 문을 잠그는 방식'이라면, 글로벌 시장은 '들어오는 입구부터 성벽을 쌓는 방식'으로 차별화된다.
이에 비해 외국인 차별 없이 3~4%대의 저율 취득세를 유지하는 일본 도쿄는 매력적인 '그린존'으로 급부상했다. 자국에서 세금으로만 목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과 달리 도쿄에서는 도심 요지의 수익형 맨션을 취득해 연 4~5%의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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