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전비용은 지방이 더 드는데… 수도권 전기요금 부담 커진다

파이낸셜뉴스       2026.02.08 18:52   수정 : 2026.02.08 18:52기사원문
이르면 연내 시행하는 지역차등제
송전비용따라 요금 늘어나는 구조
발전소에서 먼 서울·경기권 부담↑
전봇대·변압기 등 배전 관련시설
인구 분산된 농어촌에 더 필요한데
정부 제도설계 과정에서 논의 빠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지역차등제)'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제도 설계가 송전 비용에만 초점이 맞춰진 채 배전 비용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전 비용은 구조적으로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이 더 비싼 만큼, 이를 반영하지 않은 차등요금제는 오히려 수도권에만 전력 비용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전기요금을 적용할 권역 설정 역시 난제로 꼽히며 보다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전 비용 빠진 차등요금제

8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월 한국전력이 발주한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 연구'가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어서 연내 제도 시행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가 구상하는 차등요금제의 출발점은 송전 비용이다. 한국의 발전소 대부분이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고, 수도권은 장거리 송전에 의존하는 구조다. 송전선로 건설, 변전·변환 설비 확충, 계통 보강, 전력 손실 등 비용이 발생하지만 지금까지는 전국 단일요금제 아래에서 전국 소비자가 이를 공동 부담해 왔다. 이로 인해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수도권이 전기를 더 쓰면서도 거리 비용을 충분히 부담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배전 비용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인구 밀도가 낮고 전력 수요가 분산된 비수도권일수록 같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더 많은 배전선로와 설비가 필요해 배전 비용이 높아진다. 농어촌·산간 지역은 가구 수는 적지만 전봇대와 변압기는 더 많이 설치해야 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차등요금제를 송전에만 적용할 경우 요금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전과 배전 비용을 모두 반영하면 일부 농어촌 지역의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고, 송전 비용만 반영하면 수도권 산업과 가계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현재 단일요금제에서는 송전 부담은 비수도권이 상대적으로 더 지는 반면, 배전 비용은 수도권 소비자가 일부 떠안고 있는 구조다.

실제 송·배전망 투자 규모를 보면 배전 논의를 빼놓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확정된 '제11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송전망 구축에 72조8000억원이 투입되고, 배전망에도 2028년까지 10조2000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송전망 비중이 크긴 하지만 배전망 역시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

■최대 난제는 '권역 설정'

배전 문제와 함께 차등요금제의 최대 난제로는 권역 설정이 꼽힌다. 전기를 멀리서 가져다 쓰는 지역이 더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어디까지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을 것인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다. 정부가 지난해 수도권·비수도권·제주도로 권역을 나누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철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24년 기준 전력자급률을 보면 서울은 10.4%, 경기는 62.5%, 인천은 186.3%다. 수도권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을 경우, 인천은 전력 자급률이 높음에도 송전 비용 부담으로 요금 인상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비수도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전라북도의 전력자급률은 71.7%로, 이를 그대로 반영할 경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새만금을 중심으로 기업 유치를 추진 중인 전북 입장에서는 전기요금 상승이 투자 유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가 차등요금제 도입을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권역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권역 설정은 곧 요금 인상·인하 지역을 실명으로 공개하는 것과 같아, 지자체와 정치권, 산업계의 반발이 동시에 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차등요금제는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려는 정책 의도로 보이지만, 결과에 따라서는 오히려 비수도권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도시가스나 우편요금처럼 전국 단일요금제를 적용하는 다른 공공서비스와의 형평성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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