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큰 고비 넘겼지만...공공·신설 의대 등 뇌관 곳곳에

파이낸셜뉴스       2026.02.11 15:27   수정 : 2026.02.11 15:24기사원문
숫자 정하는 것은 끝났지만..남은 과제들 '산적'



[파이낸셜뉴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1차 국면은 일단 ‘총량 확정’으로 정리됐다. 2027학년도 490명을 시작으로 5년간 3342명을 늘리는 방안이 제시되면서 정책의 외형은 갖춰졌다. 정부로서는 가장 큰 정치적 고비를 넘긴 셈이다.

하지만 교육의 질 문제와 공공의대, 지역 신설의대 추진 등 또 다른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3월 1차, 4월 최종 배정을 통해 대학별 증원 규모를 확정하겠다는 일정표를 제시했다. 대학의 교육 여건, 시설 확충 계획, 교원 확보 방안 등을 종합 평가해 상한선 내에서 차등 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국립대와 소규모 의대에 상대적으로 높은 증원율을 적용해 지역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계획’이 아니라 ‘현실’을 문제삼고 있다. 이미 누적된 유급생 문제, 부족한 임상 실습 병상, 교수 인력 공백 등을 고려하면 추가 증원이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학 본부가 제시하는 시설 확충 로드맵과 현장에서 체감하는 교육 한계 사이의 간극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재정 투입 규모와 교원 확충 계획이 구체적 수치로 제시되지 않을 경우 교육 부실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정원 확대와 병행 추진되는 공공의대 및 지역 신설의대 역시 또 다른 갈등의 축이다. 10년 또는 15년 의무복무 제도는 정책 효과를 담보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의료계는 이를 직업 선택의 자유와 직역 자율성 침해 문제로 바라본다.

단순한 법리 논쟁을 넘어, 국가가 의료 인력 배치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깔려 있다.

반면 정부와 일부 시민사회는 지역 의료 공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공공 통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과거 지역 근무 의무제도가 복무 종료 후 수도권 이탈로 이어진 사례를 감안하면, 의무 규정만으로는 장기 정착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무 환경 개선, 보상 체계 개편, 지역 정주 여건 강화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국면에서 협상 중심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증원 규모 일부 조정을 성과로 평가하며 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등 전면적 집단행동보다는 정책 보완을 통한 실리 확보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공공의대 입법, 대학별 배정 결과, 필수의료 지원책의 구체성 등에서 의료계가 ‘한계선’을 넘었다고 판단할 경우 국면은 다시 급변할 수 있다. 현재는 갈등이 해소됐다기보다 잠복한 상태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원 확대가 지역 필수의료 붕괴 문제를 완화하는 출발점이 될지, 또 다른 소모적 갈등의 기폭제가 될지는 향후 몇 달간의 실행 설계와 협상력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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