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실탄' 잉여금 1000억도 안돼…10조 '벚꽃 추경' 재원 불투명
뉴스1
2026.02.12 06:06
수정 : 2026.02.12 10:06기사원문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10조 원 이상 규모의 '벚꽃(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지만, 재원 마련을 둘러싼 정부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나라 살림 결산 결과, 정부가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용 재원은 1000억 원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은 없다고 선을 그은 만큼, 결국 추경 편성을 위해서는 기존 예산 중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을 감액하는 '지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가용 잉여금 '찔끔'…환율 1450원에 외평기금도 묶여
1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마감한 2025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결산 결과,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약 1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전체 세계잉여금은 3조 2000억 원이지만, 그중 3조 1000억 원은 용처가 묶여 있는 특별회계 몫이다. 남은 일반회계 잉여금 1000억 원 역시 전액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 등에 우선 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적 의무 지출을 제외하고 추경 재원으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돈은 500억 원 이내가 될 전망이다. 수조 원대 추경을 편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규모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추경은 없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금융시장 등에서는 적자국채가 아닌 세계 잉여금이 추경의 주요 재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통상 잉여금이 부족할 때 정부는 기금의 여유 재원을 활용하거나 적자국채를 발행해 부족분을 메워왔다.
대표적인 우회 수단은 외평기금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추경 당시 외평기금 재원 2조 8000억 원을 일반회계로 전용한 전례가 있다. 지난 2023~2024년 세수 결손 당시에도 외평기금 등 기금 여유분을 활용해 재정 공백을 메운 바 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을 오르내리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외환 당국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환율 방어를 위해 충분한 '실탄'(외화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에 외평기금을 헐어 재정 지출에 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 발작에 적자국채도 부담…'지출 구조조정' 대안 거론
채권시장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시장은 이미 대규모 국채 발행 가능성을 선반영하며 금리에 이를 반영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연 2.9% 수준이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최근 연 3.2%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장기물인 10년물 금리 역시 같은 기간 연 3.3%대에서 3.6%대로 뛰었다. 추경 편성에 따른 국채 물량 증가 우려가 금리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적자국채를 찍어낼 경우, 시중 금리 상승을 더욱 자극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예상보다 적은 잉여금, 제약이 커진 외평기금, 금리 부담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의 어려움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정부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출 구조조정’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올해 본예산에 반영된 사업 중 연내 집행이 어렵거나, 일정 조정이 가능한 사업의 예산을 감액해 추경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불용(不用) 가능성이 있는 사업 예산을 선제적으로 조정해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만 이미 정부가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터라, 추가로 10조 원 안팎의 재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정부 내에서 추경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다"며 "원론적으로 적자국채와 기금 활용 외에도 기존 사업예산을 조율하는 등 재원 마련은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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