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부딪혔는데?”···보상하라는 뒷차의 논리
파이낸셜뉴스
2026.02.14 05:00
수정 : 2026.02.14 05:00기사원문
차선 바꾸던 버스 뒤 승용차 운전자 ‘상해’ 주장
버스가 정지하면서 급히 멈춰 다쳤다는 것
검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 불기소 처분
공제금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도 버스연합회 ‘승’
“강아지가 다쳤어요”
당일 버스를 몰던 A씨는 서울 서초구 인근 5차로에서 4차로로 축소되는 지점에 있는 정류장에서 승객을 내리고 태우기 위해 버스 앞머리를 4차로 방향으로 틀어 조금 더 앞으로 간 뒤 멈췄다.
이게 전부였다. A씨는 뒤따라오던 승용차가 멈춰선 건 봤으나, 차량 간 접촉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B씨와, 해당 차량에 같이 타고 있던 C씨는 얼마 뒤 문제를 제기했다. A씨의 진로변경 탓에 본인들은 물론 동승하고 있던 강아지에게 상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었다. 버스가 급제동 했기 때문에 본인도 브레이크를 급히 밟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 사고로 인한 상해 아냐”
A씨는 황당했지만 조사는 받아야 했다. 그러나 검찰은 A씨에 대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도로교통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 모두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사건이 일어난 뒤 2개월이 되는 시점이었다.
그로부터 다시 6개월 뒤 A씨 버스회사가 가입돼 있는 조합연합회는 B씨와 C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11개월에 걸친 심리 끝에 ‘공제금 지급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비접촉 사고이고, A씨 버스가 급정지를 한 상황도 아니며 B씨와 C씨는 기왕증(사고 이전부터 이미 존재했던 질병이나 상해)이나 다른 사고로 인한 상해 등을 입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며 이번 사건으로 다쳤다고 볼 수 없다”며 “ B씨가 몰던 차량이 정지하는 모습을 봐도 부상을 입을 정도의 급정지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B씨와 C씨는 (채무부존재)사건 소장은 송달받은 이후 약 11개월 동안 해당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는 점에 대해 별다른 주장·증명을 하지 않았다”며 “C씨는 B씨 강요에 의해 상해 사실이 없음에도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고 B씨는 보험사기 등으로 구속수감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결국 사건이 일어나고 총 19개월 정도가 흘러서야 A씨는 법적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었다.
[거짓을 청구하다]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금욕에 눈멀어 생명을 해치고 '거짓을 청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기사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