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갈등에 대미투자법 파행, 싸워도 국익 위한 일은 해야

파이낸셜뉴스       2026.02.13 14:57   수정 : 2026.02.13 14: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위해 마련된 대미투자특별법(대미투자법)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법 처리를 위해 지난 12일 국회에서 처음 열린 특별위원회가 여야의 정치적 갈등으로 파행으로 치달은 것이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을 일방 처리한 데 대해 국민의힘이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지난해 한국과 미국은 무역협상을 통해 당초 25%였던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추가로 시장을 개방하고 35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대미투자법은 투자 전담 조직과 심사 및 관리 체계를 담은 법으로 대규모 대미 투자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근거가 된다.

정부는 입법 지연에 따른 통상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임시 위원회를 설치해 법 통과 전이라도 투자 후보 프로젝트 검토 등의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13일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1차 한미 전략적 투자 MOU 이행위원회’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익 최우선과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기준 아래 전문성을 갖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대미투자에 속도를 내는 것은 미국의 압박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SNS를 통해 “한국 국회가 미국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품목의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석탄산업 관련 행사에서 한국, 일본, 인도 등과 미국의 석탄 수출을 대폭 늘리는 무역 합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이 관세협상 타결 이후 내놓은 공동 설명자료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 향후 미국이 한국에 미국산 석탄 수입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탈석탄’을 추진하는 한국으로선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

세계 정세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세 무기화로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지역 분쟁이 확산되는 국제질서의 대전환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에게는 전에 겪어보지 못한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미투자 이행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이다.

대미투자를 둘러싼 여야 간 쟁점은 3500억달러 투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별 사업에 대해 국회가 어느 선까지 견제해야 하는지와 관련돼 있다. 대규모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견제와 감시는 필요하다.
그러나 절차 논쟁으로 사업 자체를 가로막는 것은 국익을 해치는 일이다. 여야는 쟁점 법안과 분리해 특별법부터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 국가 경제가 걸린 사안인 만큼 정치적 유·불리를 뒤로 미루고 초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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