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형 여소야대로 강대강 대치..건강한 견제·균형 위해서는

파이낸셜뉴스       2026.02.16 06:00   수정 : 2026.02.16 06:00기사원문
광역·기초단체 곳곳 충돌
예산 삭감-재의요구권 맞서
정책 추진 동력 약화
협치 시스템 마련 시급



[파이낸셜뉴스]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은 행정부와 입법부 중 어느 한 기관의 독주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지만, 반대로 어느 한 기관이 권능을 남발하면 국정이 마비될 수 있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지난 윤석열 정부 시기 탄핵소추권과 예산 심의권을 쥔 국회 다수당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쥔 대통령이 강대강으로 대치하면서 난맥상이 지속되기도 했다. 민생을 안정시키는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서라면 여소야대일수록 더욱 협치가 필요하다.

지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당적과 지방의회의 다수당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큰 충돌을 빚어 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광역·기초단체 단위에서도 지방 의회가 예산을 크게 삭감하고, 단체장은 재의요구권으로 맞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방 분권 시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협치 없는 여소야대'로 지방정치가 암초에 부딪친 사례들을 톺아보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협치의 여소야대'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찾아봤다.

세종, 17개 광역단체 중 '유일한 여소야대'.."민주당 횡포로 일 못해"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여소야대'인 곳은 세종특별자치시가 유일하다. 2022년 국민의힘 소속인 최민호 시장이 3선을 도전한 이춘희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세종에서 국민의힘 계열의 정당 후보가 시장직을 차지한 것 최 시장이 처음이다.

그러나 세종시의회 선거 결과는 달랐다. 전체 20석 중 과반인 13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7석으로 크게 밀린다. 시의회가 최 시장의 시정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견제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배경이다.

세종시와 시의회의 대치 국면은 지난해 절정을 이뤘다. 최 시장은 시의회가 자신의 사업인 '빛 축제' 예산 4억원을 '사전 협의와 설명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하자 "지긋지긋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김현미 민주당 시의원은 "징글징글하다"며 "의회를 무시하는 수준을 넘어 시민에 대한 예의마저 저버린 발언"이라고 맞섰다.

최 시장은 자신의 공약 사업들까지 민주당의 예산 삭감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공약을 보고 자신을 뽑았을 세종시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 시장은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차원에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것에 대해 존중하지만, 시장이 일을 할 수 없도록 횡포를 부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국제정원도시박람회를 추진했으나 국회에서 77억원이 전액 삭감되기도 했다. 최 시장은 "(시의회와 국회에) 항의하기 위해 읍소도 하고 시민단체도 나섰지만 예산을 깎는 바람에 단식도 했다"며 "의회가 끝까지 살려주지 않은 것은 횡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 고유의 인사권까지 민주당이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 산하 기관장을 임명하는데, 민주당 시장일 때는 임원추천회의에 시장 측 3명, 의회 측 2명을 넣더니 이제는 조례를 개정해 시장 측 2명, 의회 측 3명으로 바꿨다. 기관장도 의회가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라며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니 진정성을 갖고 호소하고, 대화를 해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최 시장이 독단적으로 시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세종시당은 지난해 11월 최 시장이 시정질문 답변을 거부한 것에 대해 "의회와 시민을 무시하는 태도"라며 "견제와 균형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모습이 윤석열의 말년을 떠올리게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기초단체장-의회 간 갈등도 빈번


이 같은 대치 국면은 기초 단위 지역에서도 관측된다.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국민의힘 소속 이성헌 구청장이지만, 총 15석 중 민주당이 8석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7석은 국민의힘(5석)과 개혁신당(1석), 무소속(1석)이 나눠 갖고 있다. 무소속 의원은 민주당 출신이다. 이 구청장은 민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로 숙원 사업들이 좌초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구청장은 파이낸셜뉴스에 "민주당이 작년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6개 사업의 예산을 100% 삭감했다"며 "서대문 여자실업농구단 예산과 시설 운영비까지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산심사위원도 정당 의석 비율에 맞춰 배분하지 않고 민주당이 독점해 국민의힘 구의원은 1명도 들어가지 못한다"며 "말이 안되는 일들을 버젓이 하고 있고 양심에 거리낌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단체장-국민의힘 다수 의회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소속 단체장은 "이념과 정치적 신조보다는 정파성과 상대당을 주저 앉히기 위해 의회를 운영하며 이유 없는 반대를 한다. 단체장이 성과를 쌓는 것에 대해 시기한다"며 "단체장 입장에서는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전제로 일을 하다보니 집행부 구성원들이 어려워 하고 힘차게 정책 드라이브를 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견제와 균형, 국민의 명령" 건강한 여소야대 나아가려면


'지방형 여소야대' 정국을 구성한 것 자체가 지역주민들의 선택인 만큼 이를 존중하고 대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의정부시장을 상대하고 있는 정진호 민주당 시의원은 "단체장이나 의회가 불편하더라도, 불편하라고 국민들이 그렇게 선택한 것"이라며 "지방정부와 의회가 대화하고 타협하라는 준엄한 명령이며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정치에서 협치가 부재한 상황도 시스템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지방의회와 지방정부가 협치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정부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 시의원은 "부시장 추천권을 시의회로 이관해 협치의 교두보를 쌓는 시스템적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반면, 이미 지방의회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통령의 경우 여소야대 국면에 국회에 맞설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단체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최 시장은 "의회가 시정에 간섭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며 "정책 예산은 삭감할 수 있어야겠지만, 업무추진비나 인건비와 같이 필수적인 항목들은 마구 삭감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에서는 현행 중앙당 중심의 공천 시스템을 개선해 더욱 수준 높은 지방 정치를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공천 제도로는 자생적 판단보다 외부 압력에 따른 '줄서는 정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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