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믿어"….트럼프발 자국 우선주의, 유럽의 '탈 미국' 움직임

뉴시스       2026.02.13 15:28   수정 : 2026.02.13 15:28기사원문
트럼프 패권주의에 위기감 증폭 결제 시스템부터 빅테크 인프라까지 전방위 재편

[누크=AP/뉴시스] 1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 지도자들은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결제 시스템에서는 마스터카드·비자 등 미국 금융 네트워크 의존을 줄이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1월 17일(현지 시간) 그린란드 누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시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그린란드 깃발을 흔들며 미국 영사관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6.02.13.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행보가 동맹국들의 주권을 위협하며 '금융·디지털 독립' 움직임을 촉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장악 시도와 그린란드 병합 구상 등 노골적인 영토·자원 확보 야욕이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만들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미국 주도의 글로벌 시스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1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 지도자들은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결제 시스템에서는 마스터카드·비자 등 미국 금융 네트워크 의존을 줄이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주 벨기에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의존이 유럽을 미국의 경제적·정치적 압박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며 행동을 촉구했다.

경제학자들과 은행권도 미국 금융망 의존을 낮추기 위해 디지털 유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란은행 출신 경제학자 댄 데이비스는 "트럼프 당선 이후 유럽은 미국이 동맹의 필요를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며 "이는 명백한 국가안보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지난해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거래 가운데 약 3분의 2가 마스터카드 또는 비자를 통해 처리됐다. 오스트리아·스페인·아일랜드 등 최소 13개 국가는 매장이나 온라인 디지털 결제에서 자국 통제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달 70명의 저명 경제학자들은 유럽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유럽이 경제의 가장 근본적 요소인 '돈'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 판사와 검사들에게 제재를 가한 사례를 언급했다. 해당 조치로 이들은 신용카드를 포함한 금융·디지털 서비스 접근이 차단됐고,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기업의 서비스 제공이 금지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던 이메일 계정도 중단됐다.

이 사건은 미국이 금융·기술 지배력을 동맹국에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유럽 전역에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탈(脫) 미국' 전략은 순탄하지 않다.

네덜란드는 국가 디지털 신원 시스템 운영을 자국 클라우드 기업 솔비니티에 맡겼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미국 다국적 기업 킨드릴에 인수되는 계약을 발표하며 난관에 부딪혔다.

AI 분야에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영국·독일·스페인·노르웨이 등 주요 프로젝트 상당수가 미국 기업과의 협력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유럽과의 신뢰를 강조하고 있지만, 유럽 각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 명령을 내릴 경우 이들 기업이 이를 거부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프랑스 AI & 소사이어티 연구소의 콘스탕스 드 뢰스는 "미국의 패권 경쟁과 유럽의 자율성 추구가 모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며 "양측 모두에게 손실이 되는 게임이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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