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족쇄 심해" vs "의도적 보도 외면"... 올림픽 놓고 방송사 간 '기싸움' 격화

파이낸셜뉴스       2026.02.17 09:00   수정 : 2026.02.17 09:00기사원문
최가온 '자막 金' 논란, 방송사 간 '네 탓' 공방으로 확전
지상파 "영상 4분 제한·48시간 뒤 삭제... 사실상 보도 통제" 반발
JTBC "과거 지상파 독점 시절 룰과 동일... 고의적인 올림픽 흔들기" 맞불
독점 중계의 '권리'인가, 보편적 시청권의 '침해'인가... 시청자 갑론을박





[파이낸셜뉴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대회 중계권을 놓고 벌어지는 방송사들의 장외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6000억 원(추산)을 투입해 단독 중계에 나선 JTBC와 중계권 확보에 실패한 지상파 3사(KBS·MBC·SBS)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난타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설상 최초 금메달리스트인 최가온 선수의 경기 장면이 JTBC 본채널에서 자막으로 처리된 사건은 이 거대한 '방송 전쟁'의 단면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독점 중계의 한계"라는 비판과 "현실적인 편성 불가피성"이라는 옹호가 맞서는 가운데, 방송사들의 논리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상파 3사는 이번 올림픽 보도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대해 "JTBC의 과도한 영상 제한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MBC 관계자는 지난 15일 "보도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구조"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지상파 측 주장에 따르면, 독점 중계권자인 JTBC가 제공하는 올림픽 영상은 ▲하루 총량 4분 제한 ▲경기 종료 48시간 후 영상 사용 금지 ▲온라인 스트리밍 불가 등 까다로운 제약이 걸려있다. 경기장 내부 취재 접근권마저 제한된 상황에서 하루 4분의 영상만으로 올림픽 소식을 충실히 전달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상파의 항변이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뉴스를 제작하기 위한 최소한의 소스조차 제공하지 않으면서 보도량이 적다고 비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이를 JTBC의 '영상 족쇄'이자 '갑질'로 규정했다.



반면 JTBC의 입장은 정반대다. 지상파들이 중계권을 따내지 못하자 고의로 올림픽 붐업을 방해하는 '침묵 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JTBC는 지난 12일 뉴스룸을 통해 "지상파가 주장하는 취재 제약은 과거 지상파가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했을 당시 비중계권사에 적용했던 룰(Rule)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과거 자신들이 누렸던 독점적 권리를, 입장이 바뀌자 '부당한 통제'라 비난하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지적이다.

JTBC 측은 "오히려 과거 지상파 판매가의 절반 수준으로 뉴스권을 제안하고 영상 제공량도 늘렸으나, 지상파가 이를 거부하고 '소극 보도'를 택한 것"이라며 현재의 보도 부실 책임은 전적으로 지상파의 의지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방송사 간의 밥그릇 싸움을 넘어, 올림픽 중계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막대한 중계권료를 지불한 방송사가 독점적 권리를 행사하고 영상을 통제하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상 당연한 권리"라고 옹호한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올림픽은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된 공공재적 성격을 띠므로,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해 과도한 영상 통제는 지양해야 한다"고 맞선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진 건 결국 시청자다.

역사적인 금메달 순간을 자막으로 접하거나, 메인 뉴스에서조차 제대로 된 하이라이트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권리 행사'와 '알 권리' 사이, 과연 누구의 주장이 더 타당한지 시청자들의 갑론을박은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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