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죽지 않는 연준 시대 끝났다"…워시가 예고한 '대수술' 3가지
뉴스1
2026.02.16 06:03
수정 : 2026.02.16 08:35기사원문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지명자는 금리 인하를 넘어 연준이라는 중앙은행의 전면적인 개편을 계획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사고방식부터 인력 규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재구상해 방향을 잃었다고 믿는 연준이라는 조직을 재편하고자 한다.
워시는 이러한 구상을 지난해 4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행사 연설을 통해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연준의 상처는 대부분 자초한 것"이라며 "연준은 '영화 속 주인공이 절대 죽지 않는 설정(Plot Armor)'도 이제 다 닳아 빠졌다"고 힐난했다.
"내 탓이오"가 없는 연준…책임론 부상
워시와 파월의 가장 큰 차이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보는 시각이다. 파월 의장은 팬데믹 이후 물가 급등을 주로 '공급망 차질'이라고 분석했다. 전쟁이나 코로나 같은 외부 요인이라 연준이 통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워시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는 IMF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대응을 너무 늦게 했기 때문에 발생한 정책 실패"라고 규정하며 "연준이 자기 성찰을 꺼리는 태도 때문에 대중과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팬데믹 당시 물가 급등세를 일시적이라고 오판했다가 2022년 6월부터 11월까지 무려 네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며 정책 실패를 자인한 바 있다.
워시가 개편하는 연준은 '공급망이 풀리면 물가가 잡힌다'는 안이한 태도를 버리고, '물가는 중앙은행이 돈을 너무 많이 풀어서 생긴 일'이라는 고전적 책임론으로 회귀할 수 있다.
대차대조표 축소와 통화량(M2) 역할
또 워시는 연준의 경제 예측 모델을 뜯어고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준의 모델은 금리와 실업률 등 가격 변수에 집중하고, 시중에 돈이 얼마나 풀렸는지를 보여주는 '통화 공급(Money Supply·M2)'역할은 거의 무시한다. 파월 의장조차 "M2와 경제의 상관관계는 끊어졌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워시는 "인플레이션을 논하면서 어떻게 돈의 양을 무시하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지난해 7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연준의 거대한 대차대조표(돈 풀기)가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췄고, 정부가 빚잔치를 벌이게 만든 주범"이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워시는 '통화량 감시'가 다시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이를 통제하기 위한 강력한 대차대조표 축소(QT)가 정책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크다. 연준이 정부의 현금인출기(ATM) 역할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일 수 있다.
"말 좀 줄이세요"…소통 방식의 변화
워시는 연준 위원들의 '입'도 단속할 태세다. 그는 평소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너무 빈번하고, 지나치게 단기적인 데이터에만 집착한다"고 비판해왔다.
매번 회의 때마다 점도표를 찍고 향후 금리 경로를 시시콜콜 알려주는 현재의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가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키운다는 시각이다.
워시는 폭스뉴스에서 "체제 변화는 의장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인사에 관한 사안"이라며 "효과가 없는 방식을 고수해 온 일부 인사들은 교체되어야 한다"고 인적 쇄신까지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 조지프 스턴버그는 최근 기고문을 통해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기관의 독립성이 강화될 수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러면서 스턴버그는 워시 지명이 정치적이라는 비판 자체는 무의미하다며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는 "워시가 연준을 어떻게 탈정치화할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워시의 연준은 파월 시대의 친절한 설명 대신 제한적 소통과 전략적 불확실성을 통해 시장 군기를 잡는 과거 앨런 그린스펀 스타일로 회귀할 수 있다. 시장은 이제 단순한 금리 인하가 아니라, 연준이라는 거대한 배의 항로가 완전히 바뀌는 '전략적 재설정'의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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