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양궁, 롯데는 스노보드"... 300억 뚝심, 韓 동계 올림픽 판도를 바꿨다
파이낸셜뉴스
2026.02.17 15:00
수정 : 2026.02.17 20:09기사원문
대회 폐막 닷새 남은 현재 스노보드 메달 개수, 순도 모두 단연 1위
포상금 전체 1위급... 6위에도 포상금 파격
금 1개, 은1개, 동 1개 획득... 한국의 유일한 버팀목
"현대가엔 양궁, 롯데엔 스노보드"... 300억 뚝심이 만든 '평행이론'
불모지에서 '강국'으로... 사상 첫 멀티 메달 조준하는 K-스노보드
[파이낸셜뉴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어느덧 종반부를 향해 달리고 있다.
폐막까지 남은 시간은 단 닷새. 대회 초반의 우려를 씻어내고 대한민국 선수단에 활기를 불어넣은 일등 공신은 효자 종목 쇼트트랙도, 전통의 강호 스피드스케이팅도 아니었다. 바로 '설상 불모지'라 불리던 스노보드였다.
여기에 '설상의 에이스' 유승은이 남은 경기에서 한국 설상 역사상 최초의 멀티 메달 사냥에 나선다.
바야흐로 한국 동계 스포츠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놀라운 반전 드라마의 뒤편에는 '한국의 양궁 신화'를 연상케 하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바로 롯데그룹과 신동빈 회장이다.
현대차그룹이 40년 넘게 양궁을 지원하며 지난 파리 올림픽 전 종목 석권의 신화를 썼듯, 신동빈 회장은 지난 10여 년간 스키와 스노보드 종목에 묵묵히 물을 주고 거름을 주어왔다.
투입된 금액만 무려 300억 원 이상. 단순한 금전적 후원을 넘어선 '진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수치다. 신 회장은 학창 시절 스키 선수로 활약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이번 대회 포상금 규모만 봐도 그 진정성이 드러난다. 롯데는 이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3억 원, 은메달 2억 원, 동메달 1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포상금을 내걸었다. 이는 현재 대회에 참가한 국가 중 최고급에 해당하는 포상금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메달권 밖인 6위를 기록한 이채운 선수에게도 격려금 1천만 원을 책정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땀 흘린 과정 자체를 높이 사겠다는 의지다. 6위에도 포상금을 지급하는 나라는 전무하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2024년에 있었다. 당시 스위스 월드컵 도중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최가온 선수에게 신 회장이 수술비와 치료비 7000만 원 전액을 사비로 지원한 일화다. "부상 없이 돌아오라"는 회장의 따뜻한 배려는 선수가 재기에 성공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
이는 현대차 정의선 회장이 양궁 선수들의 사소한 컨디션까지 챙기는 '디테일 경영'과 묘하게 겹쳐 보인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 스키와 스노보드는 세계 무대의 변방 중의 변방이었다. 하지만 롯데의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유망주들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고, 이제는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는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스노보드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한참 뛰어넘는 최고의 메달밭으로 변모했다.
이번 대회의 성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현대가의 지원이 한국 양궁을 세계 최강으로 만들었듯, 롯데의 뚝심 있는 투자는 한국을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스노보드 강국'으로 도약시킬 잠재력을 충분히 증명했다.
지금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차기, 차차기 올림픽에서 스노보드가 한국 선수단의 확실한 '메달 박스'로 자리 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번 올림픽에서 확인된 가능성에 더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더해진다면, "롯데의 스노보드가 현대의 양궁처럼 되었다"는 말은 더 이상 희망 사항이 아닌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
설원 위에서 피어난 300억 원의 기적. 롯데 신동빈 회장의 '스키 사랑'이 한국 스포츠 역사에 또 하나의 위대한 챕터를 써 내려가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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