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낀 집 있나요?… 무주택자, 설연휴에도 중개소 뺑뺑이

파이낸셜뉴스       2026.02.18 18:54   수정 : 2026.02.18 18:54기사원문
다주택자 급매물 찾아 중개소 발길
강서·길음뉴타운 일대 매수세 몰려
그 자리서 호가 수천만원씩 뛰기도

"같은 날 세 팀이 집을 보러 온다니까 집주인이 그 자리에서 3000만원을 올리더라고요. 결국 집 안 보고 계약금 쏜 사람이 임자 됐죠. 임장 가는 길에 발길 돌렸어요."

18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명절 분위기 대신 매수자들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설 직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관련 세부지침이 나오자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다주택자 매물을 무주택자가 사는 경우 실거주 의무를 기존 세입자의 계약 만료 시점까지 미뤄주겠다는 내용이 사실상 '세 안고 거래(갭투자)'를 허용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A씨는 "오전에는 계약금을 입금할 계좌도 알려주지 않더니, 집 보기로 한 두 시간 전 갑자기 3000만원을 올리겠다고 통보했다"며 "급해진 매수자 한 명이 먼저 계약금을 보내면서 상황이 끝났다"고 말했다. 집 내부도 보지 못한 채 돌아선 A씨는 조급함만 더 커졌다고 했다. 이 아파트 전용 84㎡의 당초 호가는 10억5000만원, 전세금은 3억5000만원이다. 내년 9월 세입자 계약이 만료되는 조건으로, 당장 필요한 현금은 약 7억원이었다.

이번 명절 무주택자들은 이처럼 전세 세입자가 있는 집을 매수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특히 관심은 15억원 이하 주택에 집중됐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인 6억원을 활용할 수 있는 가격대이기 때문이다.

강서구 염창동, 성북구 길음뉴타운 일대가 대표적이다. 매수 문의가 몰리며 호가도 빠르게 뛰었다. 길음뉴타운 푸르지오3단지 전용 59㎡는 8억5000만원에서 9억3000만원으로 올랐다. 한 매수대기자는 "아직 매물이 충분히 풀리진 않은 것 같다"며 "적은 매물에 여러 명이 붙다 보니 가격이 순식간에 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에 매물 뜨길 기다리면 늦을 것 같아 명절 내내 관심단지 인근 중개소에 먼저 전화를 돌리고 있다"고 했다.

중개업소도 연휴를 사실상 반납했다. 성북구의 한 개업공인중개사는 "예산과 상황을 설명하며 매물이 나오면 바로 연락 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는다"며 "세입자 전세금을 당장 마련하지 못해도 남은 기간 준비해 돌려주겠다는 매수자도 있다"고 전했다.

성동구 금호·행당동, 중구 신당동 일대 역시 비슷하다. 15억원을 웃도는 단지도 적지 않지만, 중과 유예 종료 전 급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에 발길이 이어진다.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들도 셈법이 복잡하다"며 "세무사와 함께 현장을 찾거나, 시세보다 3억원가량 낮춰 증여(증여세 미부과 구간)를 택하는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설 이후 다주택자들의 계산이 마무리되는 3월쯤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한편 정부는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임차인 보호를 전제로 무주택자와 거래할 경우 기존 세입자 계약 만료까지 입주 의무를 유예하는 보완책을 내놨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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