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이 다 문제는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2026.02.18 19:33   수정 : 2026.02.18 19:33기사원문
李 대통령, 연일 부동산 관련 발언
세입자 주거안정을 최우선시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다주택이 다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SNS 엑스(X·옛 트위터)에 '사회악은 다주택자들이 아니라, 다주택이 돈이 되게 만든 정치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메시지를 통해서다. 이 대통령은 "사회악을 지목해 비난해야 한다면 그 비난은 나쁜 제도를 활용한 다주택자들이 아니라 나쁜 제도를 만들어 시행한 정치인들이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직접 밝힌 뒤 부동산시장과 관련된 메시지를 연달아 올리고 있다. 설 연휴 기간에도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추구할 뿐 집을 팔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집은 투자수단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거수단" "다주택자를 규제하면 안 되고, 이들을 보호하며 기존의 금융 세제 등 특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느냐" "두려움을 모두 떨쳐내고 촌음까지 아껴 사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치적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안정화 메시지는 시장에도 즉각 반영되고 있다. 실제 KB부동산 주간 통계에서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크게 늘면서 매수우위지수는 연중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민간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조사에서도 서울 아파트 매물은 최근 열흘 사이 7.5% 증가해 6만4000건을 넘어섰다. 매수·매도 심리에 민감한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대통령 발언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 역시 대통령의 메시지에 맞춰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10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예정대로 5월 9일 종료하되 매각 시 잔금 지급과 등기까지 4~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설 연휴 직후에는 약 14조원 규모의 임대사업자 대출의 만기 연장에 대해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RTI)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는 것이 공정하겠느냐"는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 따른 조치다. 결과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의 매도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서민 주거안정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집값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기존 세입자와 전세 수요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최근 서울에서 시작된 아파트 전세난이 경기 주요 지역으로 확산되는 조짐도 나타난다. 대출규제로 인한 이자 부담이 임대료 인상으로 전가되거나 부실 발생 시 변제순위가 밀리는 세입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특히 5월 10일 양도세 중과가 재개되면 다주택자들이 매도 대신 임대료 인상과 보유 전략을 택해 매물이 잠기는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에도 양도세 중과를 한시 면제했을 때 매물이 늘었지만, 정작 중과가 시행된 이후에는 거래가 위축되고 집값이 상승한 전례가 있다. 이 같은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지 못한다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은 국민의 삶을 떠받치는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다.
단기적인 가격 움직임에 일희일비하거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정책의 대원칙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실수요자 보호와 임차인 주거안정을 최우선에 두고 세제·금융·공급 정책을 유기적으로 조율하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념이 아니라 데이터와 현장의 신호에 근거해 예측 가능하고 책임 있는 정책 운영에 나서야 한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